방탄소년단(BTS)이 3년 연속 미국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올랐습니다.
제65회 그래미 어워드는 16일(한국 시각) 후보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명단에 따르면 BTS는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지명된 것에 이어, 지난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으로 ‘베스트 뮤직비디오’ 후보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마이 유니버스’가 수록된 콜드플레이의 앨범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가 ‘올해의 앨범’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르며, BTS는 총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K팝 가수가 3년 연속으로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 역시 최초입니다. 멤버 RM도 이날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며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여 기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BTS는 그래미에서만 2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음원 차트를 휩쓴 BTS가 ‘삼수’를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의 대중 음악 시상식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합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며, 이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음악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빌보드 차트 데이터를 반영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팬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그래미는 음악 전문가 단체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 회원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죠. 타 시상식과 비교했을 때 다소 폐쇄적인 선정 방식입니다.
NARAS는 음반 제작자, 엔지니어, 방송국 PD, DJ 등 1만 3000여 명으로 구성되는데요. 구성원 대부분이 중년·백인·남성입니다. 그래미는 백인 중심의 수상으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힐난에 가까운 별명을 얻으며, 비영어권 가수와 음악을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2017년 시상식에서는 영국 출신 백인 가수 아델이 비욘세를 꺾고 4개 본상 중 3개를 가져갔습니다. 당시 비욘세가 발표한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 )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탓에 시상식에서 배제된 것이란 추측을 한 누리꾼들은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GrammysSoWhite)는 해시태그를 달며 그래미를 비판했습니다. 아델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의 앨범’ 수상자는 비욘세”라고 외친 뒤 그래미 트로피를 반으로 쪼개 화제를 빚었죠.
그래미의 유색인종 차별 논란은 지난해 극에 달했습니다. 빌보드 63년 역사상 가장 오래 ‘핫 100’ 차트에 머문 기록을 세운 더 위켄드의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는 지난해 그래미 어느 부문에도 후보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더 위켄드는 캐나다 출신의 흑인 아티스트죠.
당시 더 위켄드는 “그래미는 여전히 부패했다. 당신들은 나와 팬들, 업계의 투명성에 빚을 졌다”며 앞으로 자기 노래를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로 올리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등도 이에 동참했죠. 쇄도하는 비판 속,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은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비판 끝에 그래미 어워드는 지난해 비밀선정위원회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습니다.
15~30명으로 구성된 비밀위원회는 그래미 후보를 좌지우지하는 단체입니다. 비밀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스럽게 운영됐고, 힘 있는 소수의 음악산업계 거물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선정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죠. 결국 그래미는 비밀위원회를 폐지, 전체 회원의 투표를 통해 후보를 지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래미 측은 올해 4월 열린 시상식에서 BTS가 후보로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시상을 후반부로 미뤘습니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BTS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BTS의 인기와 명성을 인지한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또 BTS는 3년 연속 그래미 무대를 꾸몄습니다. 2020년 릴 나스 엑스와 합동 무대를 시작으로, 2021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 단독 무대, 2022년 ‘버터’(Butter) 단독 무대로 흐름을 이었죠.
그래미 측도 BTS가 K팝을 상징하는 대표 그룹이자, 주류 팝 시장의 주요 일원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인지하는 상황이라 이번 노미네이트에는 유독 기대가 커집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BTS 멤버 슈가가 한 말입니다.
BTS 멤버들은 유독 연이 닿지 않는 그래미 상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은 “아직 우리가 받지 못한 상이 그래미”라며 “아직도 못 받은 상이 있으니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슈가는 “(그래미 수상이)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의지를 다졌죠.
맏형 진의 입대를 앞둔 만큼, 이번 노미네이트는 BTS에게 더욱 특별합니다. BTS는 완전체 1막의 마지막 기록을 ‘그래미 어워드 수상’으로 남길 수 있을까요. 결과는 내년 2월 5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진행되는 제6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