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전국 전면 시행 주장…업주는 형평성 이유 거부 의사 표명
2008년 폐지된 이후 14년 만에 부활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둔 상황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는 것에 대한 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하고 카페 업주는 형평성을 들며 시행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각각 다른 이유로 제도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 정부는 우선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고쳐야 할 부분을 고민해 전국으로 전면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할당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일회용 컵을 반환할 때 지불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는다. 즉,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면 보증금 300원을 내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지난 2003년에도 시행됐었지만, 회수율이 40%에 불과해 시행 6년만인 2008년 폐지된 바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는 음료를 구매한 곳 외에도 보증금제를 적용하는 다른 매장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급도 현금, 계좌 이체 등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지난 6월 10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와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부담을 오롯이 진다고 주장하며 반발해 12월 2일로 시행이 연기됐다. 또 전국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한정해 시범 운영하고 같은 브랜드 매장에만 일회용 컵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축소 시행을 비판하며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고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민모임 '컵가디언즈'는 지난달 중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시행을 일방적으로 미루더니 제주와 세종으로 시행지역도 대폭 축소했다"며 "대기업을 위해 정부가 환경파괴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전국 시행 일정을 명문화하라"며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편의점·무인카페·개인 카페 등에서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시행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가칭)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상이 '전국에 100개 이상 가맹점이 있는 프랜차이즈'에 한정됐으며, 다회용컵이나 캔시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부 브랜드가 빠져나가면서 도내 커피 전문점 3000여 개 중 대상은 10% 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라며 "제도에 불편함이 있고 시행 매장은 현저히 적다 보니 자연히 손님들이 제도 대상이 아닌 매장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환경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철저히 준비해 제도를 시행해야 하며, 대상 점주의 일방적인 희생이 뒤따라선 안 된다"며 "전국적으로 동시에 제도를 시행해야 하며, 프랜차이즈점만이 아닌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해 형평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두 지역에서 제도를 시행한 후 효율성 등을 살핀 뒤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선도지역에 대해 최소 4계절, 1년 이상을 보고 효과를 분석한 후에 가능할 것"이라며 전국 확대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제는 회수·재활용 목적도 있지만 플라스틱 감량 차원에서 전체적인 모니터링과 법률적 개정 부분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