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성공
자산대비 높은 CSM, 실속챙긴 성과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둔 성대규<사진> 신한라이프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은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IFRS17(신회계제도)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수치 경쟁보단 실속을 챙겨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오는 12월 31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성 사장은 금융위원회 국장, 보험개발원장을 거쳐 2019년 3월부터 신한생명을 이끌어오다 지난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신한라이프 대표에 올랐다. 신한금융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로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어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3분기 실적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의미 없는 수치 경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줄었다. 증시부진으로 인한 유가증권 처분이익 감소와 인력통합비용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IFRS17에서 중요시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은 타 보험사 대비 높은 수준을 보여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도입되는 IFRS17은 현재 원가로 평가되던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CSM은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뜻한다. 우선 장부상 부채로 인식되지만, 향후 일정 부분 씩 부채에서 빠져 보험사의 이익으로 인식된다. 이에 IFRS17 적용 후 CSM 규모가 많은 보험사는 앞으로 거둘 이익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신한금융지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IFRS17 준비 막바지 단계에 달하고 있으며 현재는 IFRS17 관련 내부 관리, 외부감사 최종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IFRS17이 도입되면 자본 규모는 2배, CSM은 7조 원, 손익은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생보업계 선두권 보험사와 비교하면 자산 대비 선방한 성적이다. 삼성생명은 IFRS17 전환 시점에는 CSM이 10조 원 가량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2위 한화생명은 8조 원 가량이 예상된다.
저축성보험을 판매해 당장의 수치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도 호평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5%대 저축보험 판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저축보험은 중장기적으로 역마진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현금을 확보해 건전성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고금리 저축보험을 선호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 사장은 임기 중 최대 과제였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성 사장은 지난해 두 회사를 통합하면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연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합동 이벤트를 진행하며 내부 결속에 신경을 기울였다. 실무적 난관으로 꼽히던 전산 시스템 통합도 완료했다. 예민한 인사와 조직개편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8월 인사제도를 정비하며 물리적 화합도 마무리했다.
헬스케어와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발판을 마련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올해 신한라이프는 생보 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을 출범시켰다. 신한큐브온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건강증진 콘텐츠를 제공한다. 향후 이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통해 보험상품과 연계하는 등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수익원으로의 가치가 있다.
지난 9일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본허가도 획득했다. 마이데이터란 분산된 고객의 개인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신한라이프는 고객의 금융데이터를 생애주기에 접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통합자산조회서비스는 물론 가입보험 보장분석을 토대로 생애주기별 필요보장 금액을 제시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