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1조1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 대신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20% 할인 발행에 따른 대규모 오버행(공급과잉) 우려는 과제로 남았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850만 주 규모 구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발행가 1만3000원 기준으로 약 1조1050억 원 규모다.
모집한 자금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605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0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년 한해 동안 총 4조1000억 원의 투자를 예정했는데 이중 1조2000억 원은 기존 사업에, 2조9000억 원은 전지소재 사업 등에 투입한다. 이번 유상증자 후 나머지 투자금은 보유현금(9월 말 기준 약 3조5000억 원)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18조 원 규모던 매출액을 오는 2030년까지 50조 원까지 끌어올리고, 수익성이 좋은 고부가 제품 비율을 기존 40%에서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중 전지소재 사업 매출을 7조 원까지 키우겠다고 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재무구조 안정성 유지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53% 수준으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우수한 재무 안정성을 자랑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갚을 필요가 없는 자본금이기 때문에 재무 안정성이 한층 개선된다.
다만 오버행 우려는 주주 몫으로 남았다. 이번 유상증자 할인율은 20%로, 신규 발행 주식수는 기존 주식 대비 25%에 달한다. 저가 발행된 대규모 주식이 차익시현 목적으로 풀리면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차 발행가액 확정일인 내년 1월 16일까지 주가 추이를 기준으로 확정 발행가액이 산정된다.
유상증자에 롯데그룹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에서 그룹사 지분은 54% 수준인데, 유증 참여는 각 회사 이사회 결의사항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추가 지원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000억 원을 내년 1월까지 빌려준데 이어 약 800억 원 규모 출자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은 긴급한 상황이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가 자금 조달 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그룹 관계자 지분은 54.94%다. 개별 회사 이사회 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참여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전체 그룹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