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15년간 디즈니 황금기 이끌어
체이펙은 즉시 퇴사 처리...회사 부진 원인 제공 비판도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디즈니 이사회는 이날 밥 체이펙 현 최고경영자(CEO)를 아이거 전 회장 겸 CEO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수전 아놀드 디즈니 이사회 의장은 성명에서 “이사회는 디즈니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산업 변혁의 시기에 놓이게 된 가운데 밥 아이거가 중요한 시기에 회사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이거는 2020년 2월 체이펙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지 2년 9개월 만에 회사 수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 지난해 12월 CEO에 이어 의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고 회사에서 완전히 떠난 시기를 감안하면 11개월 만에 현역으로 복귀한 셈이다. CNBC에 따르면 디즈니와 아이거가 합의한 고용 기간은 2년으로, 그의 복귀에 체이펙 CEO는 즉시 퇴사 조치됐다.
아이거의 복귀 결정과 체이펙 CEO 퇴임은 디즈니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대규모 감원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디즈니 주가는 올들어 41% 하락했다. 시장 기대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우려를 키운 영향이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지난 분기에 전년 대비 2배가 훌쩍 넘는 14억7000만 달러(약 1조9960억 원)의 적자를 기록, 체이펙 CEO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약 15년간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지방 방송국의 일기예보 아나운서로 미디어 커리어를 시작, 이후 ABC 방송에 합류해 실력을 인정 받았다. 1996년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 ABC 회장을 맡았으며 2005년엔 디즈니 CEO직까지 올랐다.
아이거는 회사 내부에서도 두루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하며 디즈니를 거대 지식재산권 보유 기업으로 일궜으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투자 등으로 회사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체이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자리를 물려받은 핸디캡도 있었지만, 실적 부진과 좋지 않은 평판으로 결국 낙마하게 됐다. 그는 플로리다주가 최근 내놓은 ‘게이언급금지(Don’t Say Gay)’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가 주 정부의 미움을 사기도 했으며 팬데믹 규제 완화 후 여행 수요가 늘어나자 디즈니랜드 입장료를 인상해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