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리(ESI) 및 순환변동치도 2년여만 최저
기업심리가 석달연속 하락하며 1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과 소비자를 합한 총체적 심리지표인 경제심리도 2년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에 경기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조업 업황실적 심리는 7개월만에 반짝 반등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전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75를 기록했다. 이는 석달연속 내림세로 2020년 12월(75)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은 2포인트 상승한 74로 4월(3포인트 상승한 87) 이후 7개월만에 반등했다. 비제조업은 3포인트 하락한 76으로 2021년 2월(72) 이후 가장 낮았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하고,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2003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인 80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실제, 제조업과 비제조업 장기평균치는 실적기준 각각 79와 75를, 전망기준 각각 81과 77을 기록 중이다.
반면, 글로벌 여행수요 복원에 따른 항공유 수요 증가 등으로 석유정제·코크스(+12p)가 크게 올랐다. 화학물질·제품은 2차전자 등 신소재 분야 확대 등 수익성 다변화에 따른 업황 개선으로, 전기장비는 전력공급장비 등 전기 설비 장비의 계절적 수요 증가로 각각 11포인트씩 상승했다.
제조업부문을 기업규모별, 기업형태별로 보면 전 부문에서 상승했다. 대기업은 4포인트 상승한 79를, 중소기업은 1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고, 수출기업은 4포인트 올라 75를, 내수기업은 2포인트 상승해 74를 나타냈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12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전산업은 2포인트 떨어진 74를 기록했다. 이 또한 석달째 하락세로 2021년 1월(70)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은 4포인트 내린 69를, 비제조업은 1포인트 떨어진 77을 보였다. 이는 각각 2020년 10월(68)과 2021년 3월(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에서는 전자·영상·통신장비(-13p)를 비롯해 고무·플라스틱(-12p), 1차 금속(-8p)의 낙폭이 컸고, 비제조업에서는 건설업(-7p), 사업지원·임대서비스(-6p), 도소매업(-3p)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2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2021년 2월(22.9%) 이후 1년9개월만에 최고치다. 이어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가격 상승(18.5%)과 , 내수부진(11.4%)이 그 뒤를 이었다.
비제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18.2%), 인력난·인건비상승(13.8%), 원자재가격 상승(12.3%) 순으로 꼽았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종합심리지표인 경제심리지수(ESI)는 4.1포인트 하락한 91.4를,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변동 요인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는 1.6포인트 떨어진 94.1을 기록했다. 각각 2020년 12월(85.6)과 2021년 1월(93.6) 이후 최저치다.
ESI순환변동치는 매월 발표 때마다 수치가 보정되면서 과거 발표시점에서의 시계열과 차이가 있다. 이번 보정으로 기준값 100을 밑돈 것은 8월(98.7) 이후 넉달째다. 통상, 기준값 100 위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아래에선 인하를 했던 최소 필요조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경기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이 올랐으나 여전히 장기평균을 하회하고 있다”며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고, 주요국 금리인상 추이를 봤을 때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2782개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8일부터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