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세 활용이 현실적 대안"…초중등 교육계 "고등교부금 신설"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재정의 일부를 대학 등으로 이관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와 교육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학 재정난 극복을 위해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23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22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유·초·중등 교육의 재원인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교육세에서 나오는데, 이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자하자는 게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의 골자다.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초·중등 교육 예산을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14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해졌다며 특별회계 신설을 통한 대학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진술인으로 나선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국내 대학은 14년째 동결된 등록금과 늘지 않는 국고 지원에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며 “급감하는 고등교육 예산 규모 추이와 급증하는 지방교육 재정의 추세를 살펴보면 교육세 일부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 규모가 줄어드는 등 고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국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연섭 연세대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는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특별회계’ 세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일정 비율을 고등·평생교육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는 칸막이 식 재정 운용을 심화시키는 데다 향후 국가 재정 지속 가능성에 위협을 준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당 진술인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미래 핵심 인재 양성과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은 중요하다”면서도 “초중고교 학생 수가 줄지만 학교·학급·교사 수는 증가해 교육재정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지원을 위해서는 고등교육교부금제도 신설 등 별도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교육세의 경우 4조~5조 원 규모로, 특별회계 설치 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도 4조~5조 원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법인세를 재원으로 고려하는 등 별도 재원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같은 날 열린 ‘학생 행복과 지방교육재정을 지키는 교육복지’ 토론회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추진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조 교육감은 “유·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고등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선택교육”이라며 “대학이 당면한 재정 문제는 대학등록금을 정부가 현실화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예산이 남는다’가 아니라 다음 단계의 국가발전 비전 속에서 돌봄과 방과후의 통합적 운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신설이 이뤄지려면 23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를 시작으로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떼내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것에 부정적인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