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에서 액션 캐릭터로 변모하는 주인공 연시은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을 23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룹 워너원 출신이기도 한 그는 “그간 귀여운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었다”고 자신을 평가하면서 “이 작품으로 진중한 얼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극 중 연시은처럼 독기 있게 준비했다”고 연기 소감을 전했다.
‘약한영웅 Class1’은 갖은 수로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맞서는 연시은(박지훈)을 중심으로 출중한 싸움 실력을 자랑하는 안수호(최현욱), 말 못 할 사연을 안고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오범석(홍경) 3인방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공동의 적을 상대하며 우정을 쌓은 세 사람은 이후 마음의 상처로 큰 갈등을 겪게 된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응징하는 초반부의 액션신을 다수 소화한 박지훈은 교실 창문에 매달린 커튼, 두꺼운 책, 볼펜 등 교실에 있을 법한 소품을 활용하는 창의적인 장면을 소화했다. 박지훈은 “체구는 왜소한데 무서운 친구들이나 부당한 폭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맞선다는 게 흥미로웠고, 도구를 이용해 싸우는 것도 재밌고 신선했다”고 했다.
커튼으로 상대의 얼굴을 휘어 감고 책을 무기 삼아 가격하는 대목은 “정말 어려웠던 신”이라고 기억했다.
“저보다 학교폭력 가해자인 영빈 역할(김수겸)이 고생했어요. (대역 없이) 자신이 직접 커튼 속에 들어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의 코 같은 얼굴의 형태가 잘 드러나 보이게끔 커튼으로 얼굴을 묶어야 했는데, 어떻게 묶어도 (모양새가) 널널하게 보여서 무술감독님과 여러 번 상의하며 찍었어요. (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대 배우의 얼굴을 안전 소품으로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테이크만 5~6번 진행했던 것 같아요.
늘 메고 다니는 묵직한 책가방을 휘두르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그는 “주변 사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만큼 유수민 감독님도 나도 당연히 문제집이 들어있는 책가방부터 떠올렸다”고 촬영 당시를 전했다.
눈빛 연기에도 큰 공을 들였다. ‘아저씨’의 원빈,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를 모델로 삼았다는 그는 “대사로 전달하는 것보다 눈빛으로 상대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전달하는 게 체력 소모가 더 크더라. 집에 가서 바로 기절하는 일이 많았다”며 웃었다.
그룹 워너원 출신 아이돌 멤버로 잘려져 있는 그는 ‘약한영웅 Class 1’이 자신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게 (연예계 활동의) 계단이 돼 줬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중한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인정에 고팠다”고 속내를 터놨다.
작심하고 준비한 ‘약한영웅 Class 1’에서는 감독과 적극적으로 배역을 상의했다고 한다. 공부만 해왔던 연시은이 너무 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에 “맞는 장면이 좀 더 많아야 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 몇 번을 이야기했다”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을 빼고, 빼고, 또 뺀 결과물”이라고 했다.
박지훈은 이번 작품을 두고 “우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했다. “연시은처럼 아웃사이더지만 물러서지 않는 캐릭터, 안수호처럼 싸움은 잘하지만 싸우는 걸 싫어하고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 오범석처럼 누군가를 동경하는 캐릭터처럼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각자의 캐릭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개인적인 소회를 덧붙였다.
“이전까지는 안 그러셨는데, 부모님이 이번 작품을 보고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잠 못 자가면서 아이돌 무대 연습을 했고, 지금도 남보다 쉴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라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이 또한 배워가는 과정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