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시행 첫 날, 갑즉스런 계도기간에 혼선
“원칙이 종이빨대고, 요청 시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요? 그냥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쓰면되는 줄 알았죠. 전혀 몰랐습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중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확대 규정이 본격 시행된 24일. 기자가 찾은 강남역 인근 서울 역삼동 한 A 개인 카페의 계산대 옆에는 반투명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젓는 막대가 가득 채워진 케이스가 놓여 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종이빨대를 달라는 요청에는 “매장에 준비된 종이빨대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부터 카페와 식당에서는 플라스탁 빨대와 일회용품 종이컵, 젓는 막대 사용이 금지됐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가 중단되고, 종량제나 종이봉투 증을 따로 구매해야한다. 다만, 베이커리 업종은 강제가 아닌 ‘사용 억제’로 분류되며 필요에 따라 비닐 봉투 제공이 가능하다.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달 초 갑자기 1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중 매장 내 일회용품을 보이지 않게 하고, 소비자가 원할 때 설명과 함께 제공해야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홍보 부족으로 개인 카페 중 일회용품 사용 규정을 지키는 곳은 드물다.
신논현역 인근 B 개인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 커피가 담긴 유리잔과 함께 플라스틱 빨대가 놓인 트레이가 나왔다. 카페 점주는 “단속도 안 하는데 비싼 종이빨대를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통상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종이빨대는 300개에 7500원 정도로 플라스틱 빨대 가격보다 2~3배 비싸다. 이 카페를 찾은 30대 여성 고객은 “이상한 맛이 나는 종이빨대보다는 플라스틱 빨대가 더 낫다”고 했다.
개인 카페와 달리 대형 커피 전문점들은 미리 종이빨대를 준비해왔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등과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는 수년 전부터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올해부터 전 매장에서 종이빨대만 제공 중이다. 이디야와 메가커피를 비롯해 파스쿠찌·던킨·파리바게뜨 운영사 SPC삼립도 미리 발주를 받아,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뚜껑을 마련해 법안시행에 대비해왔다.
대형 커피점에서는 계도기간 시행으로 종이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를 요구하며 불만을 표하는 고객 항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서울 역삼동 C 커피전문점 직원은 “오래전부터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있어 고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처음에는 플라스틱 빨대로 바꿔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따로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 중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33㎡ 이하 규모 매장이 많아 일괄적으로 강제하기 힘들다. 이날 기자가 찾은 신논현역 인근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 이 한 점주는 대용량 커피를 플라스틱 빨대와 함께 비닐 포장 용기에 담아주며 “기존 대로 하고 있다. 종이 빨대를 쓰라는 본사 지침도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커피 전문점들은 종이빨대 사용 여부를 전적으로 가맹점주에 맡기고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1년 뒤로 밀리면서 가맹점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우선 소진하고, 추후 종이빨대를 쓰라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이 복잡해 적용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계도기간 내에 종이빨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