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을 단행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대출금리 인상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18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만 3조 원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은 대략 3조 3000억 원 증가한다. 대출자 한 명당 16만 4000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3.25%로 2.75%포인트나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가계 전체 이자부담은 36조 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81만 5000원이 늘었다.
당장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이 반영되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8%대를 넘어 9%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31∼7.830%로 이미 상단이 8%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8%대에 바짝 다가섰다.
예컨대 2년 전 주담대 4억3000만 원(연 2.98%)과 신용대출 1억 원(3.61%)을 받았다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11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기준으로는 월 303만 원가량을 상환해야 한다.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각 5.50%, 7.48%로 뛰었기 때문이다.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도 문제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대부분 증권사가 이자율 10%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벌써 유안타증권(최고 9.9%), DB금융투자(9.9%), 대신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9.8%) 등은 이미 10%에 육박하는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하이투자증권(9.6%), 메리츠증권·SK증권·키움증권·한양증권(9.5%) 등의 이자율도 9%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만약 한은이 내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면 현재 최고 10% 초반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1%에 달할 수도 있다. 이자율이 11%를 기록하는 건 약 2년 만이다.
증권업계는 내년 1분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행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2회 금통위에서 각각 25bp(bp=0.01%)씩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3.75%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화되고,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야기될 경우 최종 기준금리는 3.5%에서 3.75%로 높아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