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9월 7일 프랑스 파리의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을 방문해 유치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의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입니다. 개최지는 내년 11월 결정됩니다.
순조롭던 유치전에 한 인물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바로 그 인물입니다. 그의 별명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입니다. 방한 중에도 많은 화제를 뿌렸습니다. 롯데호텔 객실 400개를 예약하고 1박 투숙료가 2200만 원인 로열 스위트룸에 묵고 20시간 체류를 위해 식기를 1억 원어치 새로 샀으며 대기업 총수 8명과 같이 만났습니다. 빈 살만은 채 하루도 있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에 40조 원의 오일머니를 약속하고 떠났습니다. 아직은 업무협약(MOU) 수준이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올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 정부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우선 부산엑스포 경제 효과는 약 61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액수로만 보면 부산엑스포가 20조 원 넘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투자 효과 40조 원은 최소 액수, 부산엑스포는 최대 액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만난 정부 관계자는 최소 10배를 얘기합니다. 400조 원입니다. 원전과 건설 등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이 제법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경제 효과만 본다면 사우디 투자가 이득입니다.
사우디로선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사우디에도 2030 세계엑스포 유치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빈 살만은 2016년 비전2030을 선포했는데 사우디 서북부 홍해 연안 지역에 5000억 달러(약 550조 원)를 투자해 서울보다 44배 큰 규모의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우리 기업도 네옴시티 건설 유치를 너무나도 바라고 있죠. 또 빈 살만은 2030년 세계엑스포를 유치하고 사우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왕으로 등극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역시 엑스포 유치입니다. 현재까지는 사우디가 우리나라를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사우디와 부산엑스포 빅딜설이 나오는 이유에는 이런 속 얘기가 있습니다. 물론 한덕수 총리, 박 진 외교부 장관 모두 빅딜설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한 총리는 "두 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빈 살만 총리도 저에게 그런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박 장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우디하고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이고, 네옴시티라든지 사우디 인프라 건설, 경제·통상 관계는 별도로 국익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꿩과 알을 다 먹을 수는 없을 겁니다. 윤석열 정부의 고민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