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4대그룹 첫 비(非)오너가 출신 여성 CEO 탄생
③ 본사 직속 CX센터 신설…고객 경험 강화
취임 5년 차인 LG 구광모호(號)가 2023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인사는 미래 준비와 함께 철저한 성과주의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지만, 그 안에서도 소폭의 변화를 통해 쇄신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3일과 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인사안을 확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젊은 인재의 등용’이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 114명 가운데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특히 80년대생 임원(상무)이 LG전자, LG CNS 등에서 4명이 탄생했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상무)으로 39세다. 우 수석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씽큐(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기여해 발탁 승진했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을 1970년대생 이후 출생자로 전진배치했다.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함이다.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LG그룹 최초로 여성 CEO 2명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삼성, 현대차, SK 등 4대 그룹을 통틀어 오너가 출신이 아닌 여성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의 사장급 대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재계 5대 그룹 중 유력 계열사 첫 여성 전문경영인 수장이다. 이 사장의 승진으로 지난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용퇴했다.
이 사장은 그룹 내에서 줄곧 ‘1호’ 타이틀을 유지해왔다. 그는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도 시장 1등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고, 이번에도 1호 사장이 됐다.
특히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온라인과 배달음식 채널의 범위를 확대해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들을 지속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생활건강은 이 신임 사장의 선임과 관련해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쳐 전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LG그룹 계열 광고지주회사인 지투알에서는 박애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CEO로 선임됐다. 박 신임 CEO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 무학여고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쳐 2005년에 부장으로 LG애드 기획15팀에 입사했다.
이번 인사에서 본사 직속으로 CX(Customer eXperience)센터를 신설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CX센터는 고객경험을 중시하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고객경험 혁신, 상품ㆍ서비스ㆍ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하게 된다. 디자인경영센터장을 역임한 이철배 부사장이 CX센터장을 맡는다.
CX센터 산하에 CX전략담당을 둬 전사 관점의 고객경험 지향점 및 핵심과제를 발굴해 추진하며 디자인경영센터 산하 LSR연구소(Life Soft Research Lab.)를 LSR고객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해 CX센터로 이관한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고객 최접점인 고객서비스(CS)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불편사항 해결에 앞장서 온 LG전자 장태진 상무를 발탁했다. 이로써 CS 분야 임원 수는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증가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LG전자는 “성장 잠재력과 탁월한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등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미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