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전문가들 전열 재편 위한 휴전 협상 가능성 지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 시그널을 잇달아 보내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평화협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현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릴 모든 기회를 갖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면 국민의 고통을 종식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휴전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크렘린궁의 이같은 입장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을 탈환한 후 전선에서 밀린 러시아가 미사일 폭격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패색이 짙어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이미 한 달 넘게 우크라이나 측에 협상을 촉구해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는 휴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CNN은 현재 휴전 혹은 평화 협상이 푸틴 대통령에게 유일한 승리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병력이나 무기가 점점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최종 목적이 평화가 아닌 전쟁의 '일시적' 중단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은 러시아의 협상 의지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틱카운실은 "푸틴은 자국군을 재편성하고 재무장하기 위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현재 동원된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이 훈련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무기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휴전은 러시아군이 공격을 재개하기 전에 필요한 숨 돌릴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만도 "러시아가 지금 가장 불리하기 때문에 러시아에 가장 이익이 될 때 전쟁을 재개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모든 휴전은 전쟁의 연속이다. 휴전이 전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미 재무장을 시장했다고 지적했다. 코프만 분석가는 "러시아의 일부 군수품 제조 시설에서 2교대, 3교대 근무로 바뀌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휴전 협상에 회의적이다. 전열을 재편하기 위한 러시아의 술수라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군대를 증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중요 전력시설 공격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재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러시아가 헤르손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지난 9일 뉴욕경제클럽에서 "협상의 기회가 있을 때,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때, 그것을 잡아야 한다"면서 양측의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