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가 투자 적기될 것이란 전망도
“내년부터 판을 벌이면 좋겠습니다. 공모펀드에 진출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사모펀드만 운용해온 강성부 KCGI 대표가 공모펀드 상품도 내놓을 의사를 내비쳤다. 강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CGI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의향을 표한 바 있다. 그는 내년 상반기가 주식 시장 투자 적기라고 봤다. 강 대표는 “바닥은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리세션(경기 후퇴)이 와야 그 이후부터 좋아질 건데, 그게 눈으로 확인되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KCGI는 지난 3월 말 갖고 있던 대부분의 주식을 처분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견한 이유에서다. 이때 처분한 주식 중 하나가 한진칼이다. 그는 기업의 장래가 어두워서가 아닌 매크로 지표가 고꾸라질 것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금리는 중력이라 금리가 달라진다는 건 중력이 달라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가 공모펀드에 진출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목대균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강 대표는 목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영입해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세웠다. 강 대표는 “전 회사에서 목 대표가 운용한 글로벌컨슈머, G2이노베이터, 인사이트가 모두 글로벌 상위 1% 안에 들었다”며 “비유를 하자면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한 것과 같다”고 부연했다. 또 “그런 사람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철학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건 길어야 3년”이라며 “긴 관점에서 펀드를 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 목 대표와 생각이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모펀드를 한다면) 글로벌 투자를 해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방법으로 투자할 생각”이라며 “현재까지 글로벌 투자에서 없었던 롱쇼트과 승계가 안 되는 알짜 회사 관련 인수합병(M&A)”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주목한 지표는 실업률이다. 강 대표는 “실업률이 올라간다는 건 여론이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여론이 안 좋아지니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실업률이 떨어지기는커녕 오르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이라는 고집을 부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 대표는 “이제 판을 벌여야 하는 시기”라며 “잘 준비하면 전에 없던 수익을 누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레비리지가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강 대표는 “2020년 봄처럼 아무거나 다 담아도 (주가가) 오르는 시기는 지났다”며 “내년 여름부턴 선별적으로 오르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지능(AI)과 환경 섹터를 눈여겨봤다. 강 대표는 “암울한 시기에는 새로운 생산 수단, 미래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섹터들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또 배당소득세율을 낮추는 건 ‘부자 감세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안이라고 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국내 기업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처럼 환원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세율이 너무 높으니 대주주는 당연히 주가를 낮추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은 49.5%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에서 내부 지분율(전체 발행 주식 중 오너 및 이해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 2.9%이고, 10대 그룹으로 줄이면 이 비율은 1.9%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즉, 배당소득세율을 낮춰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그 결실은 97~98%의 주주인 국민연금, 개인 투자자, 기관 투자가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이는 특정 대주주, 부자를 위한 게 아니다”라며 “전 국민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인생의 미션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좋은 의사결정 구조란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라며 “모두 열심히 하면 무조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가 좋은 거버넌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개선은) ‘착한 기업이 되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회사의 이익을 위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