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순 매수 채권 규모(18조6818억 원) 지난해 대비 4배↑
가파른 금리 인상에 움츠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금리 고점론’이 대두되자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 시장이 암흑기 상태로, 안전한 기업이지만 평소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개인이 순 매수한 채권은 18조68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4조3948억 원 대비 4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ETF 투자도 크게 늘었다. ETF는 만기 없이 아무 때나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국고채 상품인 ‘KOSEF 국고채 10년 ETF’만 분석해 봐도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상품은 개인투자자가 올해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653억6300만 원을 순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6억8900만 원) 대비 6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채권 ETF 59개 종목의 11월 평균 시가총액도 151조6998억 원으로 나타나 올해 1월(97조2831억 원) 대비 5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반대로 채권 가격이 내려가자 매매차익을 노리거나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신규 발행 채권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오르기 때문이다.
장기물에 투자하며 금리 하락에 배팅하는 자금도 많아졌다. 통상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금리 하락기에 가격 상승 폭은 더 크다. 이에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할 때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25일 기준 국고채 10년물의 최총호가수익률은 3.623%를 기록했다.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21일 4.632%에 비해서 21.78% 하락했다.
아울러 레고랜드 사건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에 유인을 주고 있다.
채권시장이 암흑기로 접어들며 자금줄이 마르면서 평소 우량했던 채권이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이 낮았던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반대로 개인에게는 절호의 찬스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이상 시계에서 볼 때 시중금리가 반등하는 시점마다 장기채 중심으로 채권 매수를 늘리는 것을 권고한다”면서 “수익률 곡선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경기 침체 혹은 급격한 경기 하강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