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개인투자자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광고나 콘텐츠, 채권형 ETF와 펀드 출시 등 채권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신용 악재 등으로 일부 채권에서 원금손실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KB증권(구 현대증권)은 최근 광고 슬로건을 ‘BUY KOREA, BUY BOND(채권)’로 선정했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채권이 개인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시장 상황에 맞춰 기획했다는 것이 KB증권 측 설명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채알못 탈출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채권 투자 기초와 ETF 투자 정보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채권 투자 최소 거래단위를 1000원으로 낮추고,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통한 온라인 채권 매매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 편의성 제고와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2019년 미국국채 최소투자금액을 100달러로 낮추고, 실시간 모바일 매수 서비스를 출시했고, 2020년에는 브라질국채와 단기사채 모바일 매매시스템, 지난 5월에는 조건부자본증권을 모바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채권 투자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증권은 10월 ‘해외채권 모바일 매매 서비스’를 출시했다. KB증권은 올해 3월 브라질국채, 5월 신종자본증권 온라인서비스를 론칭했고, 10월 MTS 채권 메뉴 개편을 통해 매매 편의성과 채권 관련 용어 해설 등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채권형 ETF와 펀드 출시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상장한 채권 기초자산 ETF는 총 15개다. 지난해 상장한 채권 기반 ETF는 6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기준 같은 기간 신규 설정된 채권형 펀드도 총 190건으로 지난해 145건을 훌쩍 넘겼다.
이러한 금투업계 움직임은 채권시장에 개인 투자자 유입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주식시장은 ‘동학개미운동’조차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약세를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투자자들의 투자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개인 장외채권시장에서 16조7528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개인의 장외시장 채권 순매수액은 4조5675억 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채권투자가 합리적이라고 보는 한편, 레고랜드 사태, 보험사 콜옵션 미행사와 같은 악재가 발생하는 등 원금 손실 리스크가 있으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내년 채권 수익률이 거의 정점에 있다고 본다. 금리 절정기에 채권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이일드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대신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에는 원금 손실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개인이 트리플B급 회사채를 많이 샀지만 요즘은 트리플A에서도 5~6%대 고금리 회사채가 나와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올해 레고랜드 사태와 과거 대우조선 사태, 동양 사태, 웅진 사태 등 원금 손실 사례가 있고, 향후 발행사들의 펀더멘털이 안 좋아질 것을 고려해 우량채권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영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채 부도는 안 알려져서 그렇지 항상 있다”며 “개인이 어떤 채권에 몰렸는지를 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은 국채나 공사채라면 투자할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