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에선 HMM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HMM 측은 어려운 시기에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길렀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 프리미엄’으로 팬데믹 이후 폭등한 물동량이 점차 줄면서 해운 운임이 감소세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피크아웃이 현실화했다며,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23주 연속 하락세로 이어지며 사실상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테이너선의 운임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5일 기준 1229.90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70% 이상 하락한 수치다. 1년 이상 이어진 운임 상승은 올해 1월 SCFI가 사상 첫 5100선을 넘기며 최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2000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9월 말부터다. 올해 최고치를 달성한 1월 초(5109.60)와 비교하면 66.8% 급감한 셈이다.
이처럼 해상 운임이 급감하면서 지난 2년간의 호황기를 지나 내년에도 역시 운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HMM 측은 피크아웃 우려와 달리 비정상의 정상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HMM 관계자는 “운임이 떨어지는데 앞으로 매출 역시 하락세인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어려운 시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비율을 가져가서 버텨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크아웃이 맞긴 한데 아직 운임도 여유 있는 편이고 나쁜 상황은 아니란 것”이라며 “좋을 때 좋은 것도 중요한데 힘들 때 버텨내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큼 퍼포먼스를 내는지에 대해 관심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HMM의 올 1분기~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6867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7%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5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고꾸라지는 가운데 HMM은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9년 556.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9월 말 기준 36.9%로 하락했다. 현금성 자산은 15조8375억 원에 달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기존 ‘BBB’였던 HMM의 기업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상향조정했다.
한편 HMM은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희망 퇴직을 시행한다. 지난달 29일부터 내달 7일까지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년 치 연봉과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상자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