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국가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또 있다. 바로 ‘청소하는 일본 관중들’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전차군단’ 독일에 이어 2일에는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꺾고 기적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본 관중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자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청소하는 모습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코스타리카에 1대0으로 진 경기 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관중석을 돌며 음료가 반쯤 남은 음료수병, 오렌지 껍질, 지저분한 휴지 등 누가 버리고 갔는지도 모르는 더러운 것들을 파란 비닐 봉지에 주워 담아 경기장 직원들에게 건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일본인들의 모습에 대해 장문의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끈적끈적한 탄산음료와 흩어진 팝콘 봉지, 산더미처럼 쌓인 땅콩껍질 등이 나뒹구는 걸 정상적인 스포츠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되레 이를 치우고 다니는 일본인들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NYT는 일본에서는 공공장소 청소를 미덕으로 여긴다며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학습된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장 같은 공공장소의 청결은 개인의 책임이어서 이를 위해 고용한 인력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청소 때문에 세계 언론들의 주목을 받자,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인들에게 청소는 그저 일상적인 일이다. 있던 자리를 뜰 때는 이전보다 더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본이 독일에 역전승을 거둔 날 일본 국가대표팀의 라커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에는 타월과 유니폼, 물병 등이 차곡차곡 정돈돼 있고, 테이블 위에는 선수 수만큼의 종이학 11마리와 함께 일본어로 “감사하다”는 손글씨 카드가 놓여 있다. NYT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청소하는 일본 관중들에게 긍정적인 스포트라이트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이런 특정 행동이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건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인지 궁금해하며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영어와 일본어, 아랍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백 장의 파란색 비닐 봉투를 배포했지만 수천 명의 관중 중 고작 수십 명만 경기장 청소에 동참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아마노 나기사라는 여성은 “실제로 청소를 요청받았는데 하고 싶지 않았다.”며 “우리는 경기만 즐기고 싶다.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장 직원들이 일본 관중들이 주운 쓰레기를 다시 쏟아 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카타르에 온 일본인들이 경기장 직원들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본 관중들의 청소 행위가 일본 이미지에는 좋겠지만 그들의 동기가 정말 순수한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몇몇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즐기느라 청소에 동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독일전이 끝난 후 트위터에 “신분제 사회에서는 분업이 철저해 관객이 청소까지 하면 청소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실직한다.”며 “일본 문명만이 유일한 세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가와 모토타카 다이오제지 전 회장도 “쓰레기 줍기로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노예근성으로 야마토 민족(일본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말)이 이뤄진 데 분개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