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금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이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운용상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에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및 46개 비사업자(상품판매제공자) 등 총 90개 금융사에 12월 금리 결정 시 상품 제공에 따른 비용과 운용 수익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행정 지도를 했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기준 금리 상승과 자금 시장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연말 자금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매년 12월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집중돼 상품 제공 기관 간 자금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이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에게 자금 유출에 사전 대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이 만기에 재예치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문제 및 금융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종합적인 리스크를 고려해 운용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판매로 유입된 자금의 만기, 고위험 자산에 집중 투자 여부 등 운용 현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근거 없는 비방 등이 난무하고 있다며 자제도 촉구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고객에게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공 및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제공기관을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하는 등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행정 지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연말 퇴직연금 시장 과당경쟁을 포함해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노력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 등을 언급하면서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며 "시장 기능에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금융사들은 지난달 말에 12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 이율을 동시에 공시했다. 금리를 높게 쓴 회사로 연말에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금감원이 '커닝 공시'를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