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 한국 부자들은 금융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부동산자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그룹은 4일 발간한 ‘2022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에서 한국 부자의 현황, 투자행태, 미래 투자 방향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5만4000명이었던 한국 부자는 2020년 39만3000명, 2021년 42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2019년 2154조 원에서 2020년 2618조 원, 2021년 2883조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총자산 구성에서 변화를 보였는데 금융자산 비중은 2019년 41.2%에서 2021년 36.6%로 낮아진 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54.3%에서 59%로 상승했다. 기타자산 비중은 4.5%에서 4.4%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보다는 팬데믹 기간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 가치가 더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중 비중 변화가 큰 상품은 주식으로, 2019년 12%에서 2020년 14.5%, 2021년 21.1%로 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펀드 비중은 2019년 10.1%에서 2020년 8.8%, 2021년 8.4%로 감소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스스로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가 늘어나면서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금융자산 운용에서 안정형 상품인 현금과 예·적금은 각각 16% 내외와 20∼22.7% 사이에서 일정 비중을 유지했다.
한국 부자는 2020년과 2021년에도 거주용 부동산과 거주용 외 부동산에서 모두 꾸준한 수익을 경험했다. 거주용 부동산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는 비율은 2019년 31.3%에서 2020년 41.3%, 2021년 42.5%로 증가했다.
팬데믹 시기 부자는 부채 관리에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도 자산이다'는 말과 달리 한국 부자의 61.8%는 '부채는 자산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금융부채를 보유한 부자의 비중이 2019년 56.5%에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 43.8%로 낮아졌다.
다만 부채 보유자의 평균 부채 규모는 2019년 4억3000만 원에서 2020년 3억7000만 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5억4000만 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우리나라 부자는 부채를 부동산자산 매입에 활용하지만, 이를 빚으로 인식해 우선 상환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종잣돈을 마련하고 부동산을 매입할 때까지는 부채보다 예·적금 등의 금융상품을 활용해 자산을 모았고, 이후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금융부채를 활용했지만 다시 자산이 모이면 가장 먼저 대출을 상환했다.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6월1일부터 7주간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