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2000만 원 투자해 1년 새 1000만 원 손해…신재테크 시장 죽었다"

입력 2022-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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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조각투자서도 유찰 빈번…사실상 묶인 돈 돼버려
아트페어선 유망작가 작품도 안 팔려…사라진 오픈런
스니커테크 큰손 중국인들 사라져…경제상황과 연관

▲희귀식물 판매 행사에서 희귀 식물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단순히 투자를 목적으로 장래성만 보고 투자한 것이 발등을 찍은 것 같아요. 자본력이 약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유동성이 약해지고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투자금이 헐값이 된 것이죠."

저금리 시대 2030세대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 속에서 이들에게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살아남기 위해 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전통적 재테크인 부동산이나 주식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가상화폐는 물론 아트테크, 식물테크, 스니커테크 등 신(新) 재테크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작년부터 2000만 원을 종잣돈으로 신 재테크에 투자했다는 김정민(29·가명) 씨는 아트테크, 식물테크, 스니커테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작년만 해도 아트테크 시장이 굉장히 활발했고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며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를 통해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지분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시장이 다소 죽어 경매가 열려도 대부분 유찰이 된다. 작품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실상 묶인 돈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아트페어에서도 유망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투자 목적이었지만 작년만 해도 미술시장이 활발했고, 경매시장에서 유찰률도 낮았기에 수익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1년 새 시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은 6월을 기점으로 완연히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전방위로 휘몰아치고 있는 불안 정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정책, 금리 인상 등 악화되는 조건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태세"라고 분석했다.

김 씨는 "작년에만 해도 아트페어가 열리면 좋은 그림을 먼저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오픈런이 심했다"면서 "올해는 지난달 열린 대구국제아트페어를 방문했는데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작년만 해도 1차 시장에서 바로바로 팔리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올해는 사려는 사람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아트테크 뿐만이 아니다. 유망한 신 재테크로 떠올랐던 식물테크 시장도 다소 사그라들었다.

김 씨는 대표적인 '식(植)테크'로 꼽히는 몬스테라 알보에 투자했다. 그는 "작년만 해도 몬스테라 알보의 경우 종자가 수십만~100만 원이 넘게 거래됐으나 이젠 가격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이 식물을 키워서 두 달에 한 번 잎이 나오는데 하얀색 잎이 나오면 잎사귀를 떼서 한 장에 20만 원 수준으로 팔았다. 그런데 지금은 종자 가격 자체가 크게 하락한 데다 사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이런 식으로 1년간 1000만 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했다. 물론 아직 미술품이나 식물을 소유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팔면 어느 정도 손해는 보전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다.

수년간 스니커테크에 매진했던 정호일(31) 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정 씨는 20대 중반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면서 한정판 운동화 수집에 눈을 돌렸다. 그가 5년간 모은 신발만 대략 200켤레. 들인 돈만 수천만 원에 달한다.

정 씨는 "스니커테크란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한정판 운동화 수집을 했고, 중고시장에서 되팔며 이익도 얻고 그랬다"면서 "취미생활로 시작한 게 어찌 보면 재테크 수단이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스니커테크란 스니커즈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해 비싼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투자 방법을 말한다. 정 씨는 "물론 한정판 운동화를 원가에 주고 사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리셀 시장에서 한정판 운동화 가격은 내려가진 않는다"면서 "다만 최근 몇 달 새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구매하려는 사람은 없어져 가고, 오히려 시장에 물량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니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큰손들이 사라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봤다. 정 씨는 "작년만 해도 중국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판 운동화를 팔아달라며 큰돈을 제의하는 문의가 많이 왔다. 한국 리셀 시장에서 구매해 중국에서 더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 같았다"며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MZ세대는 자본 여유가 없어서 투자 자체를 자제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내년에 경제 상황이 좀 나아지면 이쪽(스니커테크) 시장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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