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서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성희롱 내용의 글을 작성한 일이 발생했다. 교사노조는 교육 당국 차원에서 진행되는 교원 평가에 성희롱이 난무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5일 서울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세종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여성 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작성했다.
교사노조는 “XX 크더라. 짜면 XX 나오냐” “XXX이 너무 작다”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등의 노골적인 글이 확인됐다며 성희롱 발언들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학생이 교사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를 남길 수 있는 자유 서술식 문항에서 나왔다.
2010년부터 매년 11월쯤 진행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들의 학습·지도 등에 대해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를 익명으로 객관식·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조사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조사의 익명성 때문에 해당 성희롱 발언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공론화’ 트위터 계정은 “피해 교원들은 모두 젊은 여성 교사다. 피해 교원분들의 동의를 얻어 성희롱 발언 캡처를 공개한다”며 “교육현장에서 소신과 긍지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들이 익명의 학생들에게 이런 모욕적인 말을 공식 업무포털에서 필터링 없이 접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조는 “해당 피해 교사는 성희롱을 당하고도 아무런 대책 없이 학교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에게 11월은 합법적으로 악플에 시달리는 달”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조는 이 같은 성희롱 발언이 교사들에게 새로운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2019년 교원평가에서 여성 교사의 외모를 두고 ‘쭉쭉빵빵’이라고 표현하거나 여성 신체 일부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가 서슴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교사노조는 “인격 모욕과 성희롱 때문에 서술식 문항 자체를 읽지 않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교육부 의도와 다르게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사들에게 열패감과 모욕감만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교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몇 년째 방관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고발할 것, 무책임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피해를 입은 교원은 지난 2일 세종남부경찰서에 사이버 명예훼손 등으로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