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새롬기술’까지 왔다…‘재벌집 막내아들’로 본 한국 경제사, 다음 차례는?

입력 2022-12-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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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최근 화제인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국내 최대 재벌가의 꼭대기를 노리는 주인공의 절묘한 계략은 한국 경제사를 알면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데요. 전개가 중반에 이르러 순양 가문의 승계 전쟁이 한층 격렬해진 가운데, 역사를 반영한 ‘깨알 포인트’들은 그대로입니다.

1~3회에 걸쳐 1987년부터 1997년을 조망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4~8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사건들을 다뤘습니다.

1997년 한보 철강과 IMF 경제 위기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역)은 S전자를 모티브로 한 재벌 순양가(家)의 막내아들로 환생합니다.

그는 경험한 미래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의 흥망을 예측하죠. 덕분에 순양 그룹의 창업자이자 할아버지인 진양철(이성민 역) 회장의 신임을 삽니다.

그중 도준이 연관된 한도제철 인수 사건은 1997년 1월 부도난 한보 철강을 떠오르게 합니다. 과도한 사업 확장 끝에 도산에 이르러, 국제 통화 기금(IMF) 외환위기 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기업이죠.

도준의 계략으로 큰아버지 진영기(윤제문 역)가 빚을 내 한도 제철을 인수한 직후, 수많은 기업의 ‘부도 처리’ 소식이 들려옵니다. TV에서는 “정부가 국제 통화 기금(IMF)에 200억 달러의 금융 지원을 고시 요청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한국 경제사상 빼놓을 수 없는 IMF 경제 위기 사태입니다.

1997년 한국은 외환 보유액이 부족으로 수많은 기업과 금융 기관이 파산했습니다. 당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원-달러 환율이 연초 840원대에서 12월 말 1964원까지 치솟았죠.

주인공 도준만이 이러한 사태를 모두 예상하고 미국 아마존 주식에 투자해 폭발적인 이득을 얻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서점 서비스로 시작한 아마존은 2000년대 이후 사업을 확장해 오늘날의 종합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 잡습니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1998년 ‘새서울타운 조성 기본계획’과 상암 DMC

본격적인 경영 승계권 다툼에 뛰어든 도준은 난지도 신도시 사업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순양 가문의 데릴사위 최창제(김도현 역)와 손을 잡습니다.

아내를 떠받들며 ‘을’로 살아야 했던 그를 서울 시장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자신에게 ‘새 서울타운 개발 사업권’을 넘기도록 종용하죠.

이는 1998년 7월 발표된 ‘새 서울타운 조성’ 계획과 관련 있습니다.

새 서울타운이 개발이 예정됐던 난지도는 1978년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됐던 곳입니다. 1993년까지 15년에 걸쳐 높이 100m, 길이 2㎞, 무게 1억 9000만 톤의 쓰레기산이 난지도에 생겨났죠. 과포화 상태의 쓰레기로 악취가 가득해 서울의 골칫거리였습니다.

하지만 난지도는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지 중 하나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쓰레기 섬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었죠.

이에 서울시는 난지도를 1997년 3월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하고, 1998년 7월 ‘새 서울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00년 4월에는 ‘상암 새천년 신도시 조성계획’으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난지도 일대는 오늘날 가을 억새로 유명한 하늘공원·월드컵공원, 방송국들이 들어선 DMC로 재탄생했습니다. DMC는 지상파 3사를 비롯해 미디어 기업, IT 기업이 다수 입주한 미디어 산업의 요지로 꼽힙니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2000년 새롬기술 주식투자 사건과 닷컴 버블

“장자 승계는 없다”며 능력껏 경쟁해보라는 진양철 회장의 선전포고에 승계를 위한 순양가문의 물밑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져 갑니다.

고명딸 진화영(김신록 역)은 도준의 기를 꺾기 위해 도준의 어머니 이해인(정혜영 역)을 이용하죠. 격노한 도준은 진화영 소유의 순양 유통을 손에 넣기 위한 작전에 들어갑니다

다름 아닌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를 통해서인데요. 도준은 10만 원 가까이 주가가 치솟는 와중 중도에 발을 빼 아쉬워하는 화영에게 “3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1400억 원 투자를 유도합니다.

이는 2000년 주가 폭등과 폭락을 겪은 새롬기술을 떠올리게 합니다. 1993년 설립된 정보통신 기업 새롬기술은 벤처 기업으로 시작해 상장 약 5개월 만에 500배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이얼패드’가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죠.

1999년 8월 13일 공모가 23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이듬해 2월 주당 28만 원을 돌파하며 수익률 1만2000%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수백 배 수준의 주가 상승은 기술의 수익성을 뛰어넘는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새롬기술의 주가는 2000년 말 5000원대로 추락했죠.

새롬기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과하게 띄운 IT·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1995년부터 2001년에 걸쳐 급등했습니다. 이른바 ‘닷컴 버블’입니다. 이후 버블이 꺼지며 주가가 원상 복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미래 예측하며 보는 재미…다음 스토리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제 절반의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순양 가문에 복수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인공 도준은 순양가 사람들의 견제 가운데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준의 현재 위치는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 즈음입니다. 이후 경제사를 알면 도준이 그리는 청사진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장 가까운 국내 경제 사건은 2003년 발생한 카드대란 사태가 있겠습니다. 카드사들의 ‘묻지마 카드 발급’과 정부 소액신용대출 확대 등으로 카드 연체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상황이죠.

국제적으로는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금융 기관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남발한 끝에 줄도산했던 사건인데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요동쳤습니다. 이후 유로존에 국가 부채 위기를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경영권 다툼이 치열해져 가는 가운데 앞으로 도준이 어떤 사건들을 이용할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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