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저마다 “오른다” vs “내린다”…극단적으로 갈리는 ‘가격’ 전망
이더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가격보다 기술ㆍ생태계 집중할 때” 조언
‘크립토 겨울’이 지속되자, 전문가들은 저마다 ‘가격’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과, 아직 회복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갈린다. 이에 대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4일 트위터에 “기술에 집중할 때”라며 투자자들에게 ‘가격’보다는 블록체인 자체가 가진 기술적 잠재력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거시 경제 요인과 5월 테라·루나 폭락, 11월 FTX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까지 하락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약 6만7000달러에서 현재 1만7000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가상자산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 전체가 긴 ‘크립토 겨울’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을 중심으로 시장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5일(현지시간)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상품 전략가는 “시장이 V자로 반등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암호화폐는 이미 80%나 하락했고, 약세장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맥글론은 “지금이 ‘크립토 겨울’이 아니라 ‘모두의 겨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면서 물가 안정이 선행돼야 약세장이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벤처 투자가 팀 드레이퍼는 이보다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FTX 파산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내년 6월 25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은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코인텔레프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최악 상황을 예측한 전문가도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연구 책임은 “내년 비트코인은 70% 더 하락해 5000달러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FTX 사태로 발생한 유동성 위기가 산업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며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경고다. 다만, 로버트슨은 이 같은 전망이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등의 외신은 비트코인의 하락세를 예상했다. 반면, 여러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들은 곧 비트코인의 바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지금까지 추세로 봤을 때 비트코인 반감기 550~500일 전인 현재가 저점이라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코빗 리서치센터가 최근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으면서 위험자산(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고, 제도권 편입이 확대돼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자산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눈에 보일만큼 성공한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투자자들에게 ‘기술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4일 약 2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자산 투자자 ‘CoinMamba’가 트위터에 “9년간 가상자산에 투자하면서 스캠과 사기에 너무 지쳤다”라면서 투자를 그만두겠다는 트윗을 남겼다.
이에 부테린은 “가격과 거래에 거리를 두고, 기술과 앱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영지식 증명에 대해 공부하고, 모든 주요 개발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모든 EIP(이더리움 발전 제안) 넘버링을 외워보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해당 트윗에는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도 “계속 가자”라는 댓글을 남기며 동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어떤 기업이 참여했다’, ‘어디에 쓸 예정이다’ 같은 건 별 의미가 없다”라며 “(부테린이) 옳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 암호화폐를 볼 때, 그 암호화폐가 어떤 고유한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지, 그 기술이 얼마나 유망한지 등을 살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