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10배 폭등·니켈 75% 상승 등 원료 가격 급등 영향
전기차 경쟁력 확보 적정선은 100달러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평균 가격이 1년 새 7% 뛰어 킬로와트시(KWh)당 151달러(약 19만8500원)까지 올랐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ENF)가 배터리 가격 연간상승률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첫 오름세다.
핵심 원료 가격이 줄줄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가격을 밀어올렸다. 올해 리튬 가격은 지난해 초 이래 10배가량 뛰었고 니켈은 75% 상승했다. 코발트 가격도 2020년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그동안 생산이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던 배터리 가격이 핵심 원료 가격 급등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다.
배터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BNEF는 내년에도 배터리 가격이 KWh당 152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리튬 생산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에나 배터리 가격이 하락한다는 추산이다. 세계 메이저 리튬 생산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의 치솟는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서구권 국가들은 배터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 상승 여파는 산업 전반에 번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 모든 제품의 필수 부품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새 전기차 모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KWh당 100달러를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BNEF는 배터리 가격이 KWh당 100달러 선까지 내리는 시점을 종전 예상보다 2년 늦춘 2026년으로 제시했다.
세계 전기차 업계가 중국산 LFP 배터리 사용을 늘리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LFP 배터리는 리튬, 인산, 철 세 가지 원소로 구성돼 비싼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는 배터리보다 저렴한 대신 주행거리가 짧다.
배터리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광산에 직접 투자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에블리나 스토이쿠 BNEF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핵심 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자원을 확보하고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들은 변동성을 줄이고자 채굴과 정제 투자를 늘리며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