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는 의약품도 포함된다. 약국 약의 공급가 인상이 올해 줄을 이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일반의약품의 약국 공급가가 올해 들어 5~20% 인상됐다. 여기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난 감기약은 물론 소화제나 파스 등 가정에 필수적으로 상비하는 약들이 포함된다.
동아제약은 마시는 감기약 '판피린'의 공급가를 10월부터 12.5% 인상했다. 이에 앞서 대원제약은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의 공급가를 7~15% 올렸다. 삼일제약은 이달부터 해열제 '부루펜'과 감기약 '액티피드'의 공급가를 각각 7%, 10% 인상했다. 목이 아플 때 뿌리는 한국먼디파마의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는 20%나 뛰었다. 모두 코로나19 증상이 있을 때 흔히 찾는 약들이다.
가정 상비약으로 필수인 소화제 가격도 올랐다. 한독은 약국에서 팔리는 '훼스탈 플러스'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훼스탈 골드'의 가격을 7월 나란히 인상했다. 같은 달 대웅제약도 간판 제품인 '대웅우루사연질캡슐'과 '복합우루사연질캡슐'을 7%씩 올린다고 통보했다.
자양강장제인 '쌍화탕'(광동제약)과 '원비디'(일양약품)은 각각 12%, 12.5% 비타민제인 '아로나민씨플러스'(일동제약)도 10% 공급가가 상승했다. 파스 제품인 '신신파스 아렉스'(신신제약)와 '제놀쿨'(GC녹십자)도 각각 6%, 10% 뛰었다.
일반의약품은 이를 판매하는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공급가가 오른 만큼 소비자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상비약 몇 가지를 샀는데 계산할 때 가격을 보고 놀랐다"면서 "여기고 저기고 안 오르는 데가 없다"라고 한숨지었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용 상승 등 비용 증가를 견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반의약품은 오랜 기간 가격이 동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로나민씨플러스, 우루사 제품군 등은 10년 만에 공급가를 올렸으며,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는 2014년 국내 출시 후 처음으로 가격 인상이 결정됐다.
약국 약의 가격 인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약품 도매업체 담당자 등은 이미 거래 약국들에게 새해 첫날부터 사입 가격이 오를 제품의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폭은 5~3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