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TV) 시청 인구 이탈과 송출수수료 부담의 이중고를 겪던 홈쇼핑업계에 패션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올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과 외출인구가 대폭 늘면서 패션 상품이 단가가 높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1, 2위를 다투며 매출 상위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고마진 상품군인 패션 카테고리가 ‘효자 상품’으로 부상함에 따라 업계는 단독,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송출수수료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 업체가 IPTV, 위성,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일종의 ‘임대료’로 여겨진다. 한국TV홈쇼핑협회 집계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기준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4년 처음 1조 원을 넘어섰고, 2017년 1조2963억 원, 2019년 1조5497억원에서 지난해 1조8074억원으로 지속해서 늘었다.
송출수수료 부담에 더해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에 빠진 홈쇼핑업계는 패션에 눈을 돌려 분위기 반전을 모색해왔다. CJ ENM 커머스부문은 2030을 겨냥한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바스키아 브루클린’을 론칭하고,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200억 원 상당의 투자로 명품 브랜드 직매입 등 관련 역량을 키워왔다. 현대홈쇼핑 역시 올 하반기 새 모델 이영진을 영입하고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 ‘한섬’과 협업한 ‘모덴’의 상품군을 직전시즌 대비 2배 가량 늘렸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으로 올해 오프라인이 부활하면서 패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 패션 상품은 GS샵,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 ENM 등 주요 홈쇼핑업체 주요 매출 상위권 리스트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GS샵의 경우 상품 톱10 중 6개가 패션브랜드였다. 패션 브랜드 ‘모르간’은 작년에 이어 1위에 자리했다. 모르간은 주문 수량뿐 아니라 판매금액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 상품과도 1, 2위를 다퉜다.
GS샵의 올해 패션의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상승하며 GS샵 전체 매출을 이끌었다. 코로나로 업무공간이 사무실외에 공유오피스와 카페, 집 등으로 확장된 점에 착안해 출근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뉴 오피스 캐주얼’을 선보인 전략이 통했다. 또 캐주얼(casual), 포멀(formal), 트렌디(trendy) 등 브랜드별 명확한 콘셉트 제시로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롯데홈쇼핑에서도 히트상품 톱10의 절반 이상을 단독 패션 브랜드가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상품 수 30% 이상, 물량도 2배 이상 확대한 점이 효과를 봤다. 히트상품 1위는 롯데홈쇼핑 최초 단독 패션 브랜드 ‘조르쥬 레쉬’였다. 주문액은 1000억 원을 돌파했고, 163만 세트가 판매됐다.
CJ ENM의 경우 히트상품 10개 모두를 패션 브랜드가 차지했다. 이 중 9개가 CJ ENM이 단독 유치한 브랜드다. 10개 패션 브랜드의 총 주문량은 전년동기 대비 약 15% 늘어난 1000만 건에 육박한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패션 취급고 1조 원을 돌파한 바 있다. 현대홈쇼핑도 히트상품 10위에 이상봉에디션, 제이바이 등 패션 브랜드가 다수 포함됐다.
업계는 패션 카테고리 키우기에 한층 더 고삐를 죈다. CJ온스타일은 자사가 강점을 지닌 단독 브랜드, 라이선스 브랜드를 더 육성한다. 현대홈쇼핑도 고급, 프리미엄 상품을 기획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규브랜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기별로 옷 사는 수요가 꾸준히 있는 등 오래전부터 패션은 업계에서 '남는 장사'로 통했다"라면서 "내년에 마스크까지 벗게 되면 패션이 더 살아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