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의 주인공은 모로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16강에 오른 모로코는 4강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우승 후보를 차례로 격파하며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4강을 이뤄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모로코의 파죽지세에 팬들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바로 ‘바이킹 천둥 박수’를 통해서인데요. 상대 선수들을 압도해버린 ‘천둥 박수’란 대체 무엇일까요.
경기장 반대편의 기침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침묵 가운데, 모로코 팬들이 양손을 하늘로 치켜듭니다. 느린 북소리에 맞춰 일제히 박수 소리가 울립니다. 박수와 함께 “후”하는 짧은 기합을 내지릅니다. 박수 간격은 점차 짧아지고, 종래에는 천둥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가라”는 뜻의 “써(sir)”를 외칩니다.
11일(한국시간) 모로코와 포르투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이 열린 알투마마 스타디움의 모습입니다.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이 응원 소리가 점차 커지고 온 경기장을 울렸습니다.
이 응원법은 ‘바이킹 천둥 박수’라고 불리는데요. 경기장에서 메아리치는 소리는 포르투갈 팀을 위축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열띤 응원 속에 모로코 대표팀은 카타르 경기장을 홈구장인 듯 뛰어다녔습니다.
우레와 같은 응원 속에 팬들의 사기도 고조됐습니다.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천둥 박수’를 들었던 모로코 축구 팬 레다 엘-하라치는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굉장한 정열과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죠.
이어 “나는 모로코를 사랑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노래하고 손뼉 치는 것을 들을 때면 (모로코 축구)팀의 경기 실력과 관계없이 그들을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고 얘기했습니다.
‘천둥 박수’는 프랑스에서 열렸던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아이슬란드 팬들이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아이슬란드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 위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박수했습니다. 응원 덕분일까요. 아이슬란드는 16강전에서 2-1로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유로 2012에서는 본선 진출조차 실패했던 것으로 고려하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입니다.
아이슬란드 팀의 응원 모습은 세계적으로 퍼지며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귀국 환영행사에서는 축구 팬 3만3000명이 함께 ‘천둥 박수’를 보냈는데요. 이 모습이 전 세계에 ‘천둥 박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아이슬란드와 8강전에서 맞붙었던 프랑스는 이후 경기에서 ‘천둥 박수’를 선보였습니다. 인도 축구팀 케랄라 블래스터트 FC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FC 또한 이를 사용했습니다.
‘천둥 박수’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모로코와 아이슬란드에 앞서 스코틀랜드가 ‘천둥 박수’ 응원을 펼쳤다는 증언이 남아 있습니다.
2014년 아이슬란드 축구팀 스탸이르난은 유로파리리그 예선에서 스코틀랜드 축구팀 마더웰의 응원을 보고 배웠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선 2013년 마더웰이 스코틀랜드 축구팀 셀틱FC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후 ‘천둥 박수’를 치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더웰의 응원은 영화 ‘300’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더웰 팬 대표 데이브 워드로프는 2016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꽤 오랫동안 유명했던 응원법이어서 정확히 언제 시작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응원단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마더웰 응원단)은 스스로 천둥 박수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2007년 개봉한 영화 ‘300’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동의했습니다. 영화에는 스파르타 영웅인 레오니다스 왕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스파르타인들이여, 당신들의 소명은 무엇인가?”라고 외치자 스파르타 군인들이 “허!”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더웰이 이 장면의 영향을 받았다면, 모로코가 선보인 박수는 ‘바이킹 박수’보다는 ‘스파르타 박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로코의 천둥 박수는 과거보다 진화했습니다. 월드컵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응원은 훨씬 압도적이고 시끄러웠죠. 현장에서 ‘천둥 박수’를 들은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는 감상을 전했습니다.
천둥 박수와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모로코를 보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2002년 한일 대회에서 붉은 악마와 함께 4강 진출 신화를 이룩한 한국입니다. 어쩌면 선수들이 기적을 써 내려가게 만든 건 그라운드를 울리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