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운영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바이오벤처 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윤석열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국가 주력산업으로 밀고 있는 상황에 왜 그런 생각을 하나 의아했다.
원인은 고금리,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적극 육성’ 천명에도 정부 지원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바이오 업계로 유입되는 신규 투자금은 지난해 1조6770억 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8979억 원으로 급감했다. 투자가 막힌 상황에 대통령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어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4월 25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재정의 폭 내에서 효율적인 방안을 전문가 조언을 들어 마련하겠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개발 못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제36회 약의날 기념식에서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윤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며 “제약바이오산업은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미래 신산업이다.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신약, 신의료기기 개발이라는 꿈 실현을 위해 많은 바이오기업이 생겨났지만, 좌절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안 좋은 상황이다.
한 회사 대표는 같이 바이오벤처를 시작했던 친구들은 이미 폐업했거나 사실상 이름만 남은 회사도 많다고 했다. 창업자 개인 역량과 네트워크만으로 생존해야 해 외롭고 힘든 싸움의 연속이고 “이 걸 꼭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제공이다. 투자금유치·기술지원·임상시험 등 각 시기에 맞게 적절히 지원하기 위해 전 주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 정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의 약속이 꼭 실현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