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과 ‘범죄 수익 은닉’으로 검찰의 전방위 압박을 받던 김만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신변 위험 가능성’을 이유로 다시 김 씨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김 씨에 대한 수사 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아 상황은 검찰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씨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위태로운 상태라면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해 보호에 나서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위해 방지’라는 명분도 충분하고 무조건 영장이 발부될 것이다. 구치소의 보호와 감시 아래에서 수사하고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검토에 대해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가볍게 보지는 않고 있으며 경위 등을 먼저 파악하고 이후에 신병확보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씨는 전날 총 세 차례에 걸쳐 자해했다. 김 씨는 최근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며 주위에 신변을 비관하는 듯한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자꾸 뭘 만들어 내라고 검찰이 압박하는데 허위 진술을 하든지 내가 사라지든지 해야겠다”, “뭔가 진술해야 할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한 느낌을 받은 변호인이 늦은 밤에 김 씨를 직접 찾아 119에 신고했고 김 씨는 이날 밤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받고 있다.
검찰은 15일 김 씨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운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와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13일에는 이들을 체포하고 김 씨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김 씨는 최근 검찰이 자신의 주변인들과 은닉 재산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하자 상당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키맨’이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천화동인 1호(화천대유 자산관리의 자회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숨겨진 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줄 인물이다. 하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는 상황. ‘대장동 일당’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석방된 뒤 ‘대장동 개발 관련 금품이 이 대표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입을 모으지만, 김 씨는 석방된 뒤에도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한성 씨와 최우향 씨를 체포하고 변호인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숨겨둔 재산과 주변인들은 그의 약점인 셈이다. 검찰은 이를 쥐고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구속영장 발부로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며 ‘입’을 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씨의 사고로 인해 검찰 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간 대장동 사건의 여러 관계자들 이미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4월 구치소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로 알려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설령 ‘범죄 수익 은닉’이 김 씨를 압박하기 위한 검찰의 전략이었다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수사가 주춤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그를 구속해 보호 아래에 두고 발견된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