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이혼 등 삶 만족도 급격히 감소 탓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가 한 해에만 337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고독사의 절반 이상은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나 청소 등 혼자 하는 가사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실직·이혼 등으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겪는 비율이 높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5년 전인 2017년(2412명)보다 40.0%(966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연령별로 보면, 고독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였다. 지난해의 경우, 50대 고독사가 29.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60대(29.0%), 30대(4.9%), 20대(1.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중 50대 남성(26.6%)과 60대 남성(25.5%)이 차지하는 비중은 52.1%로, 전체 고독자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었다. 통상적으로 사망자는 고연령자일수록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고독사에 있어선 50~60대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50대 남성은 건강 관리와 가사 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생활상의 어려움과 관련한 질문에 남성 중 가장 많은 응답자(43.8%)가 '식사'라고 답했고, 청소(29.2%), 장보기(19.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 중 가장 많은 응답은 주거 수리(43.8%)였고, 식사(30.0%), 집 구하기(27.3%) 등의 순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가사노동을 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보고서는 "식사나 운동, 취미활동, 쇼핑 등 일상활동을 혼자 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남성의 경우 여전히 이러한 일상을 혼자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여성보다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사는 중장년층 남성일수록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겪는 비율도 높았다. 지난 7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1인 가구 외로움·사회적 고립 실태와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62.1%가 외롭다고 응답한 가운데, 중장년 1인 가구(65.3%), 특히 중장년 남성 1인 가구(66.0%)의 외로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 고립과 관련해서도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비율(15.8%)이 가장 높게 분석됐다.
서울시 고독사 사례를 연구한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추적 조사를 해보면 중장년 남성들이 사회적 연결이나 외부 도움을 원치 않아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만성질환 등 질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생활 습관 관리도 취약한 '자기 방임'이 중장년 남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