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혼란·수익성 악화 만회하기 위한 조치
새해 콘텐츠 투자 다시 되살아날지 불투명
미디어 업체들의 드라마 등 ‘TV용 대본 콘텐츠(이하 대본 콘텐츠)’ 수주량이 올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줄었다. 암페어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방송사와 스트리밍 업체가 올해 하반기 미국 시청자를 겨냥해 대본 콘텐츠를 주문한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었다. 2019년과 비교해선 40%나 감소했다.
미디어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스트리밍 서비스 구축과 구독자 확보를 위해 콘텐츠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상반기만 해도 콘텐츠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였다. 올해 상반기 미디어 업체의 대본 콘텐츠 수주량은 325건으로 지난해는 물론 2020년과 2019년 상반기 수주량을 웃돌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10년여 만에 첫 가입자 수 감소를 겪고 나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콘텐츠 ‘무조건 매수’에서 ‘보류’로 바뀌고 그 여파가 하반기에 나타난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 불안과 광고시장 약세 등으로 스트리밍 업체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에 회사들은 대규모 해고를 포함한 극한의 비용 절감 조치를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오랜 원칙을 뒤집고 광고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워너브로스디스커버리 산하 HBO는 지난달 비용 문제로 인기 시리즈인 ‘웨스트월드’ 시즌5 제작을 취소했다.
전문가들도 콘텐츠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로버트 그린블랫 전 워너미디어 회장은 “스트리밍 업체들은 주가 혼란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고자 지난 5년간 채택했던 ‘공격적인 콘텐츠 구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TV플러스(+)에 방영된 드라마 ‘더 모닝쇼’ 제작자인 제이 카슨도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새해에 콘텐츠 매수세가 살아날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존 랜드그래프 FX네트워크 사장은 “올해가 대본 콘텐츠 주문의 정점을 찍는 해가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 다른 수익원이 보장된 아마존과 애플 등은 콘텐츠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