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도 “정치보복을 위해 아픈 국민의 치료비를 깎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14일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통해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난 5년 간 건강보험 재정은 위기를 맞았다”며 반박했다. 그럼에도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재정을 핑계로 보장성 강화를 폐기해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재정 안정을 이유로 보장성이 줄면 국민 의료비 부담이 늘고,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 원인으로 ‘문재인 케어(문케어)’를 지목한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건강보험 제도의 요체는 확실한 보장”은 맞는 말이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재고와 중중질환 치료 및 필수의료 강화도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문케어에 의한 의료남용이 건강보험 재정 위기(또는 파탄)라는 이유에 동의할 수 없다. 근거로 제시한 수치도 건강보험 재정전망치나 전체 급여비 규모에 비해 침소봉대됐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강보험 급여비는 71조 원, 건강보험 수입 전망치 지난해 기준 86조2800억 원이다. 문케어로 인해 초음파·MRI의 3년 증가액 1조8000억 원은 큰 금액인지, 지난 5년 시행했던 문케어가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주범인지 수치와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의료쇼핑이나 거짓·부당청구 외에도 건강보험 부과체계, 건강보험료 지불제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미충족 등 다양하다. 의료남용과 무임승차는 문케어 시행 이전에도 재정 누수 원인이었고, 의료쇼핑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OECD는 2010년 ‘한국의 보건의료개혁’ 보고서를 통해 2007년 기준 국내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11.8회로, OECD 평균 6.8회의 1.7배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현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대책의 이유가 된 7월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도 언급됐다.
의료쇼핑보다 심각한 건 불법 사무장병원이다. 국민의힘도 올해 국감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장병원은 불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하야 하고,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문재인 정부만의 정책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포함 20여 년 동안 이어져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이바지한 정책이다. 실제 지난 10년 간 보장성 강화로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었다. 2022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의료비를 부담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경상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중’의 경우 한국은 2013년 34.2%에서 2020년 27.8%로 줄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20.4%에서 18.1%로 감소했다.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1년 63.0%에서 2018년 63.8%, 2020년 65.3%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만큼 국민 개개인이 지출한 본인부담률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질병이 있어도 경제적 이유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암 등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국가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개혁의 대상은 불법 사무장병원,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제화 등이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은 앞서 감사원과 복지부가 제시한 대책의 꼼꼼한 추진이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20여 년간 이어진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겠다는 발상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