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반도체 수출 통제로 격화되는 미중 기술전쟁

입력 2022-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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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0.3%만을 차지하지만, GDP의 12%를 창출하는 데 활용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2022년 미국 반도체 산업은 약 646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는 연간 수조 달러의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부품이다. 반도체의 중요성은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로 발생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분명하게 입증되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2021년 미국 GDP는 약 2400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미국 GDP의 약 1%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약 2% 수준이었다.

10월 7일 미국 상무부는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중국의 제조 시설에서 칩의 개발 또는 생산을 지원하는 것도 제한한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칩의 95% 이상이 미국 반도체 회사에 의해 설계되기 때문에 이번 수출 통제로 중국 기업이 미국 반도체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미 구매한 장비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부품 구매는 더 이상 어렵고,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자문도 받을 수 없다. 수출 통제가 발표된 직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칩 제조업체로부터 수백 명의 지원 인력을 철수시켰다. 장비 공급 업체들은 중국 제조업체에 대한 판매 및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네덜란드의 장비 공급 업체인 ASML홀딩은 중국 고객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중국의 기술 야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첨단 기술은 단기 및 중기적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조치의 즉각적인 결과는 중국 경제에 큰 재앙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상호 조치로 미국에 맞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에 대한 보복은 외국 기술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선택지가 아니며, 자칫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만약 이번 수출 통제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이러한 유형의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번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중국은 워싱턴의 전면적인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하여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였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정상적인 국제 무역을 방해하는 보호무역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WTO가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소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번 제소는 WTO 중재 절차의 첫 번째 단계이며, 회원 간 의견 불일치로 중단된 상소기구의 심의 절차가 언제 재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의 제소가 WTO 패널이 2018년 미국이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서 베이징을 지지하는 획기적인 판결이 나온 지 며칠 후에 발표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과 일부 동맹국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공급망 대안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정책의 결과는 반대로 미국의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이징은 수익성이 좋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 운영에 위협을 받는 외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중국의 막대한 내수시장 규모는 외국 기업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용한다. 게다가 다국적 장비 공급 업체들에 중국은 현재 수익과 미래 성장의 중요한 원천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구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5.6%에서 2021년 2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미국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례로, 인텔의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은 27%, 램리서치는 31%,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33%에 달한다.

이번 미중 간 기술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종류의 정치적 개입은 기업들에 앉아서 추락을 기다리는 대신 대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 전쟁에서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없다. 워싱턴은 안보 파트너들에게 중국에 대한 칩 관련 통제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일부 파트너 국가들이 수출 통제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격화되는 양국 간 기술전쟁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끊임없는 긴장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미국의 이번 반도체 수출 통제가 앞으로 전개될 첨단 기술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 제재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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