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용 상승ㆍ비트코인 가격 하락 등 악재 겹쳐 채산성 하락
업계 관계자 “반감기 오는 2024년까지 버티겠다는 전략으로 보여”
가상자산 채굴업체 ‘코어 사이언티픽’이 크립토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챕터 11파산 신청을 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비트코인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다만, 업체는 회생절차를 진행함과 동시에 채굴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채굴업체 중 하나인 코어 사이언티픽이 미국 텍사스주 파산법원에 챕터11 파산신청을 했다.
챕터11 파산신청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자력으로 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하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부채 감면이나 상환유예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코어 사이언티픽은 챕터11이 승인되면, 회생절차를 밟으며 계속 채굴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CNBC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는 여전히 긍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지만, 회사의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굴을 지속하면서 금융부채를 갚아나갈 예정이다.
채굴업체들이 위기를 겪는 이유로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과 비트코인 가격 하락 등이 거론된다. 전기세와 장비 대여료 등 채굴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결과물인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채굴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한화로 3000만 원(약 2만3000 달러)에서 3500만 원(약 2만7000달러)까지는 상승해야 수익이 난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특히,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현재 상황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굴을 멈추거나 청산하는 것이 아닌 회생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2024년에 반감기가 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비트코인의 4차 반감기는 2024년 5월로 예정돼 있다. 반감기가 오면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앞선 3번의 반감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만큼, 전문가들 역시 반감기가 비트코인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한때 1만7000 달러를 회복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4시 기준 다시 1만680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대 6만7000 달러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75%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