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법' 등 주요 금융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23일 또다시 파행했다.
정무위 행정실은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법안1소위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까진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개의할 계획이었지만, 내부 회의를 거쳐 미루기로 한 것이다.
한 민주당 정무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논의는 독자로 할 수 있지만 의결까지 단독으로 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다리다 다시 날짜를 잡자고 한 것"이라며 "공식적인 논의는 안 하고 우리끼리 법안 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도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다음 날이 '예산안 처리 시한'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단독 개의'라는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여야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무위 법안1소위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13일에도 야당이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취소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디지털자산법'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디지털자산법이란 디지털자산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산업 진흥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다. 최근 세계 3위 코인거래소인 FTX의 파산, 위믹스의 상장폐지 등 가상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과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정부와 국회가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 등 3건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아울러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윤석열 정부도 인수위원회 당시 ‘110대 국정 과제’에 디지털자산 기본법 추진 등 관련 내용을 내세웠다.
또 다른 쟁점 경제법안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논의도 늦춰질 전망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삼성생명법은 지난달 22일 정무위 법안1소위에 상정되면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논의선상에 올랐다. 이날 소위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1시간 정도 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후 소위가 열리지 않아 논의도 멈춘 상태다.
삼성생명법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평가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지분은 매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정 투자 대상에 자산이 쏠리는 걸 제한해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생기는 걸 막자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ㆍ삼성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이재용 회장의 지배구조가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삼성가의 지배구조를 약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