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복지 예산 및 채용 계획은 유지
삼성, 글로벌전략회의…위기 극복방안 논의
업황 악화로 매서운 불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임원 예산을 감축하거나, 성과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내 인트라넷 공지를 통해 임원·팀장(리더) 관련 예산을 축소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년 임원·팀장 예산을 전년 대비 각각 50%, 30% 감축한다. 줄어드는 예산은 임원과 팀장의 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복리 후생비용 등이다.
이는 반도체 ‘다운 턴’(하강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에 구축한 다운 턴TF(태스크포스)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공지에서 “더 행복하고 강한 회사를 만들어가자”며 “임원과 리더부터 솔선수범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해 더 강한 회사로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도 직원들의 복지 확대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기존 매월 세 번째 금요일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는 취지로 ‘해피프라이데이’를 시행해오고 있다. 12월부터는 매월 네 번째 금요일, 명절, 연말, 징검다리 휴일 등에 자율적으로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공동연차 휴가 사용 권장일’을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대내외적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해서 직원 복지나 가족 친화 기업이라는 방향은 지켜나가고자 하며 비용 절감이 아닌 업무 효율, 구성원 사기 진작 차원의 해당 제도들을 유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주재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경영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경 사장이 이날 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파운드리(위탁생산) 강화 전략 점검 등에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는 직원에 지급하는 하반기 TAI(목표달성장려금)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50%로 줄이고, 주요 사업장 운영 경비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DX(기기 경험)부문은 프린터 용지 등 소모품비 50% 절감과 해외 출장 절반 이상 축소를,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서도 비슷한 예산 절감과 글로벌 이벤트 운영비 축소, 불필요한 출장 자제 요청 등의 비용 절감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아직 비상 경영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 회의에서도 내년 경제 전망 공유와 더불어 재무 리스크의 점검 필요성이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