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끌리는 건데…
악한데 눈이 가고, 못됐는데 매력 있고, 얄미운데 또 그게 좋은 이상한 사람. 흔히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심리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공감까지 생기는데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형수님 모현민 이야기입니다. 박지현이란 이름보다 형수님 또는 모현민으로 불리는 배우죠. 어쩜 배역 이름이 그리 찰떡인지, 그냥 얼굴에 모현민이라고 적힌 것 같은 기분인데요.
모현민을 애정하고도 애증 하는 팬들은 왜 모현민이 형수님이냔 볼멘소리도 합니다. 사악한데 끌리는 모현민은 극 중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분)과의 얼굴 케미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죠. 5화에서 ‘순양가 막내아들’ 진도준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모현민은 일찌감치 진도준의 야망을 꿰뚫어 봤는데요. 진도준을 모두 파악한 모현민은 자신의 야망과 떨림까지 함께한 그를 마음에 들어 했어 했죠.
선 제안이 들어온 무려 ‘순양가 장남’ 진성준(김남희 분)을 뒤로하고 마음을 드러냈지만, 단호히 거절당한 모현민은 “가질 수 없다면 망가뜨려 버리겠다”를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악한 행동을 나쁘지만 응원하게 된다는 건데요. 주인공 진도준의 승승장구를 바라면서도 모현민이 파놓은 함정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덕분에 박지현보다 커뮤니티, 댓글, SNS 모든 글에서 ‘모현민’, ‘형수님’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주로 여성팬은 ‘모현민’, 남성팬은 ‘형수님’으로 치중되는 편입니다.
여성 팬들은 현민도 아닌 모현민이어야 모현민이 완성된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그 얼굴, 의상, 태도, 대사 모든 것이 그냥 모현민이라는 평이죠. 극 중 배역 외의 어떤 모습이든 “모현민이네”, “역시 모현민”, “모현민이 모현민했다”는 댓글뿐입니다.
남성팬들은 ‘재벌집 형수님’, ‘형수님’으로 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재벌집 막내아들’의 최대 수혜자로 ‘형수님’을 꼽기도 하죠. 남성팬들 사이에 ‘본명을 잃어버린 배우, 형수님으로 불리는 그녀’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드라마 배역이 너무도 강렬해 본명을 잃어버린 배우는 ‘형수님 모현민’ 외에도 여럿 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파국이’ 김병철 배우입니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 출연한 김병철은 사뭇 충격적인 분장과 보라색 혀로 “파국이다”를 외친 그 장면이 가장 큰 화제가 됐는데요. 강렬한 등장에 사람들은 그 장면이 각인됐고, 이후 김병철이 다른 드라마에 등장해도 ‘파국이’로 불렸죠.
“파국이 이번에는 아빠가 됐네”, “이번에는 파국으로 안 만들어야 할 텐데”, “파국이의 파국길을 응원합니다”라는 ‘파국이 응원글’은 언제나 그와 함께합니다.
KBS2 ‘꽃보다 남자’에서 가을 양으로 불렸던 배우 김소은 또한 자신이 아직도 ‘가을 양’ 또는 ‘가을 선배’로 불린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형수님 모현민’도 이 전철을 따라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찰떡인 배역만큼 모현민의 다른 모습에서도 ‘모현민 응원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본명 잃은 모현민’이 나올 만큼 ‘재벌집 막내아들’의 과몰입러는 메인스토리 보다 조연들의 배경스토리에 더 집착하게 되는데요. 과몰입러의 애정은 ‘창제♡화영 커플’과 ‘최강자 진형준’에도 이어집니다.
따로따로 등장할 땐 그렇게 얄밉고 보기 싫은 진도준의 고모ㆍ고모부인 진화영(김신록 분), 최창제(김도현 분)의 ‘부부 케미’가 웃음 짓게 만든다는 반응들이 나오는데요. 못되고 어떨 땐 모자란 이들 부부는 서로 간에는 진정 ‘사랑’이 바탕이 됐다는 생각지도 못한 설정에 관심이 쏠리죠. 진화영의 대사 속에서 이들 부부는 가난한 법대 고학생과 부잣집 고명딸 과외 학생으로 만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재벌집 과몰입러’들은 이들 부부의 첫 만남과 연애 시절을 담은 프리퀄을 요구하기도 하죠.
어찌 보면 이 세계, 정신 최강자로 불리는 진형준(강기둥 분)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서로의 배신, 모략, 전쟁이 가득한 ‘순양가’ 내에서 제일 안 어울리는 캐릭터죠. 그저 ‘마이웨이’. 그 어떤 친척들도 진형준의 기행(?)은 그저 이해하죠. 무시에 가까운 이해가 ‘과몰입러’의 순양 세계관에 유일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한 번씩 내뱉은 진형준의 말들은 모두 미래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회귀자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죠. 팬들은 그저 진형준은 이렇게 그저 행복하기를 기원하기도 하는데요. 후에 진형준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모티브로 한 엔터 회사의 대표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꽃길에 더 박수를 보냈죠.
‘과몰입러’의 숨은 보석 찾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바로 세계관 통합입니다. 본명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화면 밖 작은 장면으로 이어지는 상상 프리퀄에 이어 타 드라마와의 연관성까지 만들어버리는데요.
이 세계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모현민의 남편이자 순양가 장남 진성준입니다. 진성준이 등장한 영상마다 ‘근데 말이야 도진. 이고 월레 내꼬자나’, ‘난 월레 노파쏘. 노랑운 달리’라는 댓글이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진성준 아니 김남희 배우가 출연했던 tvN ‘미스터 션사인’에서의 대사를 변형한 건데요. 모리 타카시라는 일본 장교로 출연한 김남희는 당시 어눌한 한국어를 기가 막히게 연기해 모두를 소름 돋게 했죠. 당시 극 중에서 격한 악역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 깊이 기억됐는데요. 진성준의 모습에서 모리 타카시가 겹쳐지며 나온 반응들입니다.
이후 진성준의 전생과 현생까지 정리하기도 했는데요. ‘미스터 션샤인’ 모리 타카시의 업보를 ‘도깨비’에서 의사로 털어내더니, 재벌집 장손으로 태어났다는 거죠. 진성준으로 또 격한 업보를 쌓고 ‘스위트홈’에서 학생들을 지켜내는 착한 선생님으로 마무리하는 파란만장한 전ㆍ 현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심지어 사촌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진예준(조혜주 분)과는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연인 사이로 등장합니다. 이에 ‘과몰입러’는 확실히 연인과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기까지 하죠.
이렇게 주연도 조연도, 주요 장면도 연결 장면도, 등장인물의 모든 작품까지 훑어버리는 ‘과몰입러’들에게 슬픈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크리스마스인 25일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을 내린다는 사실이죠. ‘사약길’도 응원하고픈 모현민의 결말은 어찌 될까요. 그 끝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크리스마스가 또 이렇게 다른 아쉬움으로 기억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