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고3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건 학생들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광주에 있는 A, B 고등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 영어 듣기를 시키는 학교 지침이 인권침해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두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영어듣기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A 학교는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으며, B 학교는 “점심시간 영어듣기 프로그램 운영은 다수 학부모 및 학생 건의를 수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영어듣기 참여가 학생 자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 근거로 학교의 방침에 따라 모든 3학년 학생은 의무적으로 점심 식사 후 교실에 입실해 자리에 착석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담임교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학생이 영어듣기나 개인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점 또한 근거로 제시됐다.
인권위는 학교 지침이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학생들이 학교 일과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점심시간이 유일한데, 그 시간에 학습을 시키거나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무르도록 하는 행위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한다.
인권위는 두 학교장에게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에게 학습활동을 시키지 않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