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성년 리얼돌 수입은 계속 금지됩니다. 리얼돌이 미성년 형상을 하고 있는지는 길이·무게·얼굴·음성 등 전체적 외관과 신체적 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요.
‘리얼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 각기 다른 만큼 논란도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성인 용품’이라는 입장과 ‘성상품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섭니다.
리얼돌 수입 업체들은 관세청 결정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입업자들은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세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습니다.
수입 업체들은 관세청의 수입통관 지침 개정에 대해 “늦었지만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통관 보류 처분으로 인해 업체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며 통관 보류로 판매가 어려워진 리얼돌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업체도 있습니다.
이들은 리얼돌이 단순한 성기구이며, 장애인이나 노인 등 성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행복 추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외에도 예술적 목적으로 필요한 사람 등 다양한 수요층을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리얼돌 수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한 리얼돌 수입 업체의 이성진 대표는 지난해 4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성적으로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라며 “(리얼돌 사용자들은 리얼돌을) 자아실현의 도구로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건 실존 인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는 창작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셉니다. 학부모 등 시민들은 성범죄가 증가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리얼돌에 대해 “더럽고 징그럽다”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리얼돌 수입을 전면 허용하면) 성범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 아니냐”, “(리얼돌 같은 상품을 허용하려면) 성범죄, 특히 아동성범죄에 대한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등 다양한 우려가 나옵니다. 나아가 리얼돌의 미성년자와 성인 모습을 구분하는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앞서 리얼돌 논란이 한차례 불거졌던 2019년 7월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26만3792명의 공감을 얻은 적 있습니다. 당시 국민 청원에서는 “리얼돌은 다른 성인기구와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와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며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주냐”고 지적했습니다.
여성인권단체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26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리얼돌’ 통관 허용하는 관세청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리얼돌은 단순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산업의 영역이며 여성 신체 훼손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관세청 결정에 대해서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물로 만드는 ‘리얼돌’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처사”라며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도 했죠. 나아가 “리얼돌의 판매와 사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실제 남성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각본에 충실하게 짜여져 있으며, 포르노적 각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은 2017년께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전까지 리얼돌을 직접 금지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다만 세관은 관세법을 근거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왔는데요. 관세법 제234조는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지난 5년간 리얼돌 통관은 △2017년 13건 △2018년 101건 △2019년 356건 △2020년 280건 △2021년 428건이 보류됐습니다. 5년간 총 1178건이 보류된 셈입니다.
하지만 2017년 한 리얼돌 수입 업체가 세관 처분에 반기를 들며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리얼돌 통관을 보류한 인천세관의 처분에 불복해 처분 취소 심사 청구를 요구했던 건데요. 1심 인천지방법원은 해당 업체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지만,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리얼돌 통관을 보류해서는 안 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죠.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보았죠.
대법원은 리얼돌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어느 정도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구현하는 것은 성적 만족감 충족을 위한 성기구인 이상 필연적인 것으로 봤죠.
해외에서는 대개 리얼돌을 기구의 일종으로 보고 수입과 판매를 제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해외는 미성년 형상 리얼돌의 제작을 규제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2020년 9월 아동형상 리얼돌과 섹스로봇 생산·구매·판매 시 벌금과 징역형까지 가능한 ‘크리퍼(CREEPER)법’이 도입됐습니다. 영국도 2019년 아동 형상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할 경우 최대 12개월 징역을 구형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리얼돌 수입이 허용된 것과 별개로 ‘리얼돌 체험카페’에 대한 우려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법원은 앞서 관세청의 통관 보류에 대한 판결문에서 “성기구의 공공연한 전시·판매가 공중에 성적 혐오감을 줄 경우 공연음란죄 등 관련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고, 이러한 우려로 인하여 신체 형상의 성기구 자체의 수입통관을 보류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리얼돌 체험카페는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되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행정 기관 허가나 신고가 필요 없죠. 이에 ‘리얼돌 카페’가 동네에 생길까 봐 우려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청 인근 상가에 리얼돌 체험카페가 개업해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용인시 시민청원 게시판 ‘두드림’에는 리얼돌 체험카페 허가 취소를 요청하며 “해당 업소 반경 500m 이내에 3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와 11개 유아교육 시설이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죠.
당시 업소 주인은 “적법한 업체”라고 항변했지만, 주민 항의에 더해 해당 업소가 교육환경법 9조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간판을 내건 지 사흘 만에 폐업해야 했습니다. 교육환경법 9조는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에 ‘성인용인형(리얼돌) 또는 자위행위 기구 등 성 관련 기구를 비치한 시설’을 금지하고 있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도 문제입니다.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이트 중 많은 수가 청소년 보호법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얼돌 판매 사이트 82곳 중 36.6%에 해당하는 30곳이 청소년 보호제도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얼돌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중고 거래를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