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대신 실효세율 주목…“기업 실질 부담 덜어야”
日, 반도체 기업에 7조 보조금 지원 등 사례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인세율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각 1%포인트(p)씩 기대보다 미진한 인하 폭으로 인하됐다. 애초 정부안은 현행 최고세율을 25%에서 22%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초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좌초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권 등을 활용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낮춰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예산 부수법안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반도체 세제혜택 등이 정부안에 비해 후퇴한 것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주식양도세 완화 등 우리 경제 성장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법안이 미진해 대단히 아쉽다”며 “정부는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해 분골쇄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인하 완화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재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쟁국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섰는데, 한국은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만 등 첨단산업 경쟁국 기업들은 낮은 법인세 부담을 바탕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실효세율은 11.5%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낮은 법인세 인하 수준에 이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마저 2%만 오르는 등 도리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야 합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인세율 인하 폭이 애초 기대했던 것만큼 충분하지 못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해외 자본의 국내 유치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하 대신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실효세율을 낮출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감면 조처를 받은 뒤 기업이 내는 세율을 따진 것으로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을 뜻한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2021년 기준 18.8%다.
실효세율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보조금을 제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시금 반도체 강국을 노리며 관련 산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반도체 기업에 세액공제 대신 7740억 엔(약 7조5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편성하고, 설비 투자의 40%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보조금을 일시불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 외는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통해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현실적이다”며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세액 감면으로 명목세율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용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은 “실효세율을 낮춰야 결국 기업들이 부담하는 세액이 낮아진다”며 “법인세 인하가 사실상 고꾸라진 만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등에서 기업을 지원해 실효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