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쉬는 날 온라인 배송 허용 가닥…“공은 국회로”

입력 2022-12-28 17:25수정 2022-12-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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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단체 합의는 유의미…다만 유통법 개정돼야 서비스 현실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그동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묶여 금지돼온 마트발 온라인 배송 허용의 길이 열렸다. 국무조정실 등이 주관한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상생협의체가 가동하면서 관련 논의에 합의점을 보면서다. 다만 온라인배송이 현실화하려면 유통법이 개정돼야 하는 만큼 국회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국무조정실은 28일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은 온라인화‧디지털화 등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중소유통 업계의 온라인 대응역량 강화와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를 통한 상생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밝혔다.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및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이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 관련 이해단체가 요구한 안건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의무휴업일의 온라인 배송 허용과 지자체 권한 강화 등이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는 자체적으로 지은 물류창고 이외에도 '마트' 자체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퀵커머스 강화를 주력해왔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고객들에 1시간 이내로 빠르게 주문 상품을 배달해주는 사업을 강화해 왔다.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8개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따라 마트에서 출고되는 상품은 의무휴업일에 배달이 원천 금지돼왔다. 가령 이마트에서 출발하는 물건은 의무휴업일에 금지되지만,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SSG닷컴 네오물류센터에서는 배송이 허용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쿠팡이 물건을 쌓아놓는 옥천허브에서 배송이 시작되는 물건은 관련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자체 의무휴업 자율성 권한 강화는 현행법상의 '원칙'과 '한시조건'을 뒤바꾸자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상 원칙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대형, 중소유통 단체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합의할 경우 다른 날로 의무휴업일을 바꿀 수 있다. 즉 지자체에게 아예 자율성 부여하자는 것이다.

최근 대구시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이슈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전에는 기초자치 단체에서 알아서 협의해야하는 사실상 '방기' 상태에 가까웠다. 광역시도 무관심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협약안처럼 '지자체 권한 자율성'을 강화하면, 대구시 사례처럼 광역단체가 강력하게 추진할 경우 유연하게 의무휴업일 날짜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이해단체 간 어느 정도 목소리가 모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규제 완화라고 평가한다. 전국상인연합회를 필두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이해단체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대거 유입돼 논의의 '판'이 커져 컨센서스(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투데이DB)

다만, 남은 숙제도 만만치 않다. '마트발 온라인배송'과 지자체 자율 권한 등 협약안이 본격화하려면 유통법을 바꿔야 한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 '노동 시간 장기화'를 우려하는 마트노동조합이 배제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 상생협의안을 보면 "대형마트등의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로 '노력'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레토릭(수사)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공은 법 개정을 담당할 국회로 넘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단계는 이해단체 간 컨센서스가 모인 정도다. 과거와 비교해서 진일보한 건 사실이지만 대형마트 측에서 요구한 안건이 현실화하려면 법이 개정돼야 한다. 결국,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 역할이 커진 셈"이라면서 "합의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국회에서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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