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국가가 한 개인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29일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등손상으로, 서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등손상‧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해수부 공무원의 피격, 소각 등과 관련된 여러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서 전 장관에 대해서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관련자들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했다"며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에 대한 불구속기소 직후 기자들과 만난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에 동조해 첩보와 보고서 등을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한 거로 수사팀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에게 삭제를 지시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냐는 질문에는 "서 전 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만 말했다. 검찰은 첩보와 보고서 등을 삭제 지시한 최종 책임자를 서 전 실장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아직 '삭제 지시' 혐의로 추가기소 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서면 조사했느냐는 질문에는 "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주장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적 비난이 있었고, 당시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거라는 예상에 서 전 실장 등이 보안유지라는 미명 하에 사건의 진상을 은폐했고, 해수부 공무원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게 수사팀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자진 월북이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에 의해서 자진 월북자라고 규정된다는 건 당사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피해이고, 유가족에게도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남길 수 있다. 국가가 개인에 대해 자진 월북자라는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사법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2일 새벽,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서 전 실장은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고,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등에게 이와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