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1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같아
올해 소비자물가가 5.1% 올라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이에 따른 여파로 공공요금, 외식비 등이 오른 영향이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과 같아 5%대의 고물가 흐름이 지속됐다. 내년에도 고물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에는 상승 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통계청은 30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7.71(2020년=100)로 작년보다 5.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9년(0.4%), 2020년(0.5%)에 2년 연속으로 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으로 10년 만에 최고치인 2.5%를 기록했다.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작년보다 4.1% 올라 2008년(4.3%)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3.6% 상승해 2008년(3.6%) 이후 최고치였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라 1998년(11.1%) 이후 가장 높았고, 신선식품지수는 작년보다 5.4% 상승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비 등이 높은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공업제품이 6.9% 올랐고, 이 중 석유류가 22.2% 올랐다. 이는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공식품도 7.8% 상승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공공요금도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는 12.6% 올랐다. 이는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농·축·수산물은 3.8% 오르면서 전년(8.7%)보다는 오름폭이 다소 둔화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4%로 1996년(7.6%)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외식 물가는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7월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1월(3.6%)과 2월(3.7%) 3%대를 기록하다가 3월(4.1%)에 4%대를 넘어선 이후 5월(5.4%)에는 5%대를 돌파했다. 6월과 7월엔 각각 6.0%, 6.3%씩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8월(5.7%)과 9월(5.6%)에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10월(5.7%)에는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오르면서 반등했고, 11월과 12월에는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소비자물가는 5.0% 올라 전월(5.0%)과 같았다. 지난 5월부터 8개월째 5% 이상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6.1% 상승한 가운데, 가공식품이 10.3% 올라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유(原乳) 가격도 오르면서 출고가가 인상된 영향이다.
전기·가스·수도는 23.2%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모두 인상하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8.2% 올라 높은 상승 폭을 보였지만, 전월(8.6%)보다는 상승률이 내렸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닭고기(24.2%), 양파(30.7%)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배추(-28.8%), 호박(-21.1%) 등의 가격은 내려갔다.
내년에도 고물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에는 상승 폭이 둔화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내년 물가와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그렇게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올해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역외 기저효과도 내년에는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는 더딜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흐름을 보면 상고하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