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운반체인 미사일 새해부터 쏘며 위협 고조
그럼에도 尹대통령에 국방부·통일부까지 강경
"핵 자랑하며 해임, 어려움 가리려 과시하는 것"
지난해 38차례 탄도미사일, 주민들은 아사 속출
"팀 스피릿 때처럼 오히려 군비경쟁 해 소모시켜야"
"핵무장 미국 반대해 무리, 美핵무기 전진배치 정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갈음하는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서 거듭 핵을 거론했다. 정부·여당에선 이에 ‘블러핑’으로 결론 짓고 오히려 군비경쟁에 끌어들여 자원을 소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핵무기에 대해 방어용이 아닌 선제공격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고체연료를 쓰는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채근했다. 실질적인 핵무력 강화를 위한 핵탄두 운반발사체 준비에 지난해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북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도 고조돼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위시해 육해공군·해병대 지휘관과 화상통화를 해 “북한은 앞으로도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대칭·비대칭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라며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수위 높은 경고를 내놨고, 통일부도 “북한 주민들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일변도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전쟁 준비가 아닌 무리하게 과시에만 힘을 쓰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기하급수적’이라는 과장된 표현을 쓰며 핵탄두를 언급하고, 핵무기를 자랑하면서도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 등 군 핵심인사를 해임한 건 무언가 녹록치 않은 상황을 가리려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전날까지 38차례 각종 탄도미사일을 쐈고 이날 또 한 발을 발사했는데, 북한은 현재 주민들이 굶어 죽을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도를 중심으로 전역에서 식량난과 한파에 아사하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사일 발사도 무리되는 와중에 ‘기하급수적인 수의 핵탄두’라는 불가능한 지시를 내린 건 궁핍한 사정을 가리기 위한 블러핑이라는 것이다.
이에 오히려 북한의 도발마다 단호한 대응을 해 군비경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얻는 것 없는 군사도발만 반복되면 자원이 고갈된 북한은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북핵특위)가 활동을 마무리하며 정부에 3축 체계 확장과 미국 핵무기 전진배치 등 군사조치 강화를 건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핵특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과거 (1969~1994년 매년 진행됐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팀 스피릿’ 훈련을 했던 때 북한이 매년 대응훈련을 하다 전략자원이 다 소모됐고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대화에 나서면서 팀 스피릿을 하지 말아 달라 했었다”며 “지금 정부가 오히려 강한 군사 조치를 하고 군비경쟁을 하게 되면 북한은 전략자원을 다 소모하고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핵무장은 미국의 반대도 있어 무리가 되니 미 핵무기 전진배치 정도의 눈에 띄는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