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는 어쩌다 '富상징'에서 '전쟁터'가 됐나

입력 2023-01-04 14:28수정 2023-01-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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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에 폭행사건까지...공동주택 갈등, 법정 싸움 비화 '이례적'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타워팰리스 (이수진 기자)

“고급아파트에 아무런 제지 없이 외부인이 들어오는 게 말이 되나요. 지금의 관리업체가 보안업체를 바꾼 뒤 일어난 일입니다. 비싼 관리비를 내면 뭐하나요. 관리업체를 두고 온 아파트가 1년 넘게 시끄럽습니다.”

지난해 11월 인터넷 매체 ‘더탐사’ 취재진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1차를 찾아가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택배를 살펴보며 생중계 방송을 진행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본 타워팰리스 1차 주민들은 이렇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12월 13일 60층이 넘는 1차 아파트의 모든 승강기가 고장나 4시간 동안 운행이 중단된 일도 있었다. 한 입주민은 “20년이 넘은 아파트인 만큼 교체도 필요한데 최근 관리실 직원들이 찾아와 몇 차례나 ‘승강기 교체 연장 동의서’에 동의를 요구하더라. 그리고 얼마 안 가 이런 사고가 생겼다”며 “심지어 승강기가 멈춘 뒤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 방송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몇몇 주민들은 문제의 원인으로 타워팰리스 1차 관리업체인 ‘타워PMC’를 지목했다. 네이버 부동산 정보 기준, 1차 아파트 관리비는 2차보다 30% 더 비싸다. 각각 다른 업체가 관리하는 탓에 차이가 있지만 일부 1차 입주민들은 비싼 관리비 대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20년 간 한 업체와 수의계약…경쟁 입찰 기회 생겼지만

불만이 오래 누적된 탓인지 지난해에는 20년간 수의계약으로 관리업무를 맡아온 타워PMC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관리업체를 선정하자는 주장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타워PMC에 대한 업무성과평가에서 183세대(12.2%)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재계약 부동의 기준인 10%를 넘어선 수준으로 새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타워팰리스 1차 관리는 왜 지금까지 타워PMC가 맡고 있을까. 사건의 시작은 2021년 12월 10기 입주민 대표(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워PMC 홍보 자료)

선관위 뜻과 달리 진행된 ‘B 씨 해임 투표’…불법 투표 논란

입주민대표 선거에서 타워PMC와의 재계약을 주장하는 A 씨와 새롭게 경쟁 입찰을 하자는 B 씨가 맞섰다. 투표 결과, 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B 씨였지만 A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B 씨가 허위 경력으로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주장하며 직무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 법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2월 타워PMC 관계자들은 ‘B 씨 해임 투표’ 진행을 공고하고 B 씨의 직무정지를 시도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 해임 투표’라고 경고했지만 관리업체 측은 투표를 강행했다고 한다.

B 씨는 타워PMC가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록은 수기로 작성되는데 법원에 제출된 회의록은 컴퓨터 문서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작이라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 5인도 ‘해임절차를 진행한 바 없다’고 밝혔다. B 씨는 지난해 6월 관리업체 직원을 ‘사서명 위조 및 행사죄’ 혐의로 고소했다.

공동주택 내부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흔하지 않은 경우로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하던 것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주택관리업계가 투명한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하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소고발만 수십 건…폭행 사건까지

대표 자리를 둘러싼 B 씨, 그리고 A 씨-타워PMC의 마찰은 고소고발로 비화됐다. B 씨는 대표직을 지내던 당시 아파트 입주민대표의 은행 통장을 대표 단독임감으로 변경했다. 타워PMC의 행보가 의심됐다고 한다. 그러자 타워PMC 측은 “B 씨가 횡령을 시도했다”며 아파트 방송과 현수막을 걸고 여론전에 나섰다. 이 사건으로 B 씨는 경찰에서 횡령죄로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실제 인출을 시도하거나 인출한 사실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에도 B 씨가 관리업체 경쟁 입찰 과정에서 A 씨의 서명을 위조해 가결된 것처럼 했다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 사건, 입주민대표회의 회의록을 숨겨 입주민 등을 속였다는 문서은닉 혐의 사건 등과 관련해 경찰은 모두 B 씨에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타워PMC 직원들은 B 씨가 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제출한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A 씨 측에 넘겼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년 동안 진행된 고소고발만 수십여 건. 이 가운데 폭행 사건도 있다. 올해 3월 A 씨가 B 씨를 폭행했다는 혐의다. 재판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긴장감이 맴돌았던 이 날 재판에는 B 씨와 A 씨, 관리업체 직원들이 참석했다. 재판에서 당시의 현장의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두 사람은 생활지원센터 내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8명가량 되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둘러싼 채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오가던 대화는 고성으로 이어졌고 A 씨가 판넬을 들고 B 씨에게 내밀며 “글 읽을 줄 몰라요?” “판넬 읽을 줄 몰라요?” “대단하다. 멘탈이 대단해!”라며 큰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순식간에 센터 내부는 여러 사람들의 고성으로 가득 찼고 B 씨는 센터에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려 움직였다. 그 순간 A 씨가 판넬로 B 씨의 몸을 쳤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손으로 밀치거나 판넬로 때린 적이 없다. 접촉은 있었으나 폭행은 아니었다”라고 항변했다. 반면, B 씨는 “관리회사 측과 일부 주민들로부터 둘러싸여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 밀치기를 당했다”며 “저를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해 관리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관리업체가 인정하는 현재 입주민 대표는 A 씨다. 하지만 B 씨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B 씨는 법원에서 지난해 12월 16일 ‘해임결의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해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관위를 배제하고 해임투표를 공고하는 등 위법한 해임절차를 통해 이뤄진 해임결의로 법률상 무효라는 취지다.

여론전 펼치는 관리업체…“입주민 공격하는 관리업체, 자격 없어”

▲지난해 12월 28일 타워팰리스 1차 게시판 모습 중 일부

타워팰리스 1차 관리업체와 입주민들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단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아파트 내 게시판에 그간의 소송 결과를 나열하며 B 씨가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소송을 포기하고 과태료도 부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는 “과태료 처분은 취소됐고 공청회를 방해한 적도 없다”며 “서명위조 사건도 위조됐다면 그들이 했을 텐데 마치 제가 한 것처럼 교묘하게 꾸몄다”고 반박했다.

B 씨는 “본인들의 사익을 입주민을 우롱하고 공격하는 회사가 진정 이 아파트를 계속 관리해 나갈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본지는 타워PMC와 A 씨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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