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에게 '당 대표 후보군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한참을 주저한 끝에 돌아온 답변이다.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중동'. 요새 국민의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두 달 앞두고 국회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김기현, 권성동,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등 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뿐 아니라 최고위원을 노리는 여러 의원들,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의원까지 모두 숨죽이고 사주를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윤심의 향방이 또렷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00% 당원투표', '결선투표' 등 선거 규칙이 바뀐 상황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이 누구를 간택하느냐에 차기 당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조금씩 오르고 있고, 당 지지율은 이를 밑돌고 있다. 대통령이 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소위 '친윤'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서로 자기가 윤심을 등에 업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당에서는 '아직 윤심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고위원 출마를 고심하는 의원들이 러닝메이트를 묻는 말에 쉽게 답을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자칫 엄한 후보를 택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들어서는 지도부는 내년 윤심의 칼날을 쥐고 공천권을 흔들 것이다. 황금 배지를 달기 위해 눈알을 굴리는 의원들을 보며 대통령은 흡족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야말로 권력의 '끝판왕'이니까. 하지만 윤심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윤심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총선 끝나고 윤심과 멀어질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한 비윤계 인사의 농담은 현실이 될 것이다. 뭐, 이젠 놀랍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