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7곳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
공급망 위협요인 1위 ‘러-우크라 전쟁’
10곳 중 4곳 “공급망 위해 생산기지 이전 검토”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일명 ‘BBC’ 산업군에 속한 기업 10곳 중 7곳은 올해 공급망 상황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일 발표한 ‘BBC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새해 공급망 상황에 대한 예상을 묻는 말에 절반이 넘는 기업이 ‘작년과 비슷할 것(51.7%)’이라고 답했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7.3%, ‘악화할 것’이란 답변은 21%였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약바이오(19.3%), 이차전지(26.1%), 반도체(33.6%) 순으로 공급망 상황의 호전을 예상한 비율이 낮았다.
작년에 공급망 위기 및 애로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BBC 기업 10곳 중 6곳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그렇다’(62.3%)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엔데믹으로의 전환 등 긍정적 요인들에 힘입어 공급망 상황의 호전을 예상한 기업 비중이 악화로 전망한 기업보다 많았다”면서도 “다만 공급망 피해가 심했던 작년과 비슷할 것이란 답변까지 포함하면 BBC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BBC 기업들이 새해 가장 우려하는 공급망 위협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BBC 기업들이 공급망 위협요인별 영향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5점 만점에 3.9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 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3.7점) 등을 우려했다.
일상화된 공급망 불안에 BBC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대응 여부에 대해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이 ‘이미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책 마련 중’(48.3%)이라고 답했다. ‘현재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도 39%에 달했다. ‘대응 계획 없다’는 답변은 12.7%에 그쳤다.
가장 우선순위로 시행 혹은 계획 중인 대응책은 ‘조달·판매처 다각화’(43.9%), ‘기술·경쟁력 강화’(23.2%),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10.3%), ‘공급망 내 현지화 전략 확대’(8.4%) 순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애로 해소를 위한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생산기지 이전 등 해외시장 진출을 검토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10곳 중 4곳에 해당하는 기업이 ‘검토한 적 있거나 검토 중’(39.7%)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45.2%), ‘반도체’(42.2%), ‘제약바이오’(30.7%)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로는 ‘거래처 발굴 지원’(35.3%),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16.3%),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14.7%)를 차례로 꼽았다.
BBC 기업들의 경영 활동은 작년에 비해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비 새해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소극적 긴축경영을 계획 중’(51.7%)이라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할 것’이란 답변은 27.3%, ‘적극적 확대경영’이란 답변은 21%로 집계됐다.
BBC 분야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작년보다 줄일 것’(62.7%)이라는 응답 비중이 ‘늘릴 것’(37.3%)이란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68.8%), ‘제약바이오’(67%), ‘이차전지’(48.8%) 순으로 투자 감소에 대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수출에 대한 전망 역시 ‘작년 대비 감소’(57.3%)를 예상한 기업의 비중이 ‘증가’(42.7%)보다 많았다.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43%)으로 답한 기업들이 가장 많은 가운데 ‘축소’(41.3%) 의견이 ‘확대’(15.7%) 전망을 앞질렀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새해에도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조달처 다각화와 차세대 기술개발, 생산기지 이전 등 기업들의 극복 노력도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분야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분이 생길 텐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