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우리 나이 여든셋”이라고 소개한 그는 자기 연기에 관객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을 접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 장면 연기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가 막혀요.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울먹울먹 해져요. 그렇지 않나요. 일본 사람이 죽일 걸 뻔히 아는데 아들에게 ‘굴하지 말고 네 큰 뜻대로 하라’고 했다는 건… (그 순간에) 얼마나 복받쳤겠어요.”
당초 윤제균 감독에게서 조마리아 여사 역을 제안받았을 때는 고심했다고 했다. “아들을 희생시키려면 엄마의 (굳건한) 힘이 필요할 텐데, 그걸 내가 표현 못 할까봐 망설였다”는 것이다.
이날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로 시작하는 노래를 즉석에서 짧게 들려준 나문희는 3년 전인 2019년 촬영 당시가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 듯 “지금도 너무 슬프다”며 눈시울을 슬쩍 붉히기도 했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사전 녹음 대신 배우가 현장에서 노래를 직접 부르도록 한 뮤지컬 영화 ‘영웅’의 특성상, 한 번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불러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했다.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뤼순형무소 담벼락을 걸으며 야외에서 찍었던 버전도 있었다고 한다.
“노래 끝나고 나서 ‘나 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윤 감독은 자꾸 더 하라는 거예요. 그러고서는 결국 맨 처음에 한 걸 쓰더라고요”
슬쩍 웃으며 고백한 나문희는 “처음에 나오는 감정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연기한 ‘아이 캔 스피크’(2017)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큰 호평을 받은 그는 “사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건 픽션과는 정말 다르다”고 짚었다. ‘영웅’ 기자회견 당시에도 연기하는 동안 모처럼 감정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호박고구마’처럼 가벼운 극도 너무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에서 코믹한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낸 그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자신의 유행어를 언급하며 “카메라 앞에서 재밌게 놀다 들어갔으면 한다. 할머니라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들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면서 “나이 70이 돼도 경로석에 앉을 생각부터 하기보다는 (주변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 위주의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 10월 활동을 시작한 그의 계정에는 “문희도 틱톡할꺼야!!”라는 귀여운 문장이 쓰여 있다. 주로 짧은 상황극이나 춤사위 같은 영상을 올리는데 순식간에 18만 팔로워를 모았다. 젊은 팬들이 주로 ‘고구마 이모티콘’으로 자신에게 환영을 표한다고 한다.
그는 “나이 먹었다고 몸이 굳어지는 게 싫다”면서 “그걸 하려면 일주일에 한 번은 세상 사람들과 만날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게 재미있더라”며 웃었다.
60여년 연기 인생의 원동력이 있느냐고 묻자 “60년 동안 뭐 한 가지를 해보시라”고 되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큼 하면, 그런 게 없이도 일상처럼 술술 하게 되는 것”이라는 우문현답이다.
자신의 연기를 사랑해주는 관객에게도 따뜻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저, 많이 늙었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힘’은 없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날까지, 관객이나 시청자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