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들이 올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법적 싸움을 이어간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K톡신이 활약할 시점이지만, 국내 공방전에서 힘을 빼고 있다.
5일 기준 국내 품목 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총 16개 업체 36개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가운데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6개 업체의 15개 제품에 대한 허가 취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식약처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오랜 세월 관행으로 자리 잡은 ‘간접 수출’이 갑자기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3사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에 판매했다며 해당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수출 전용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한 점에 대해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앞서 행정처분을 받은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도 같은 점을 문제 삼았다. 가장 먼저 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던 메디톡스의 경우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하고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들은 국내 수출 도매상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도매상이 해외에 물건을 넘기는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해 왔다. 이런 간접 수출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식약처는 수출 전용으로 허가된 제품을 국내 도매상에게 넘기는 과정을 국내 판매로 간주했다. 제품이 실제 국내에 유통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는 과거 제조사들에 간접 수출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준 적이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던 중국의 경우 정식 허가를 받은 곳은 휴젤이 유일하다. 허가 시점은 2020년 10월로, 이전에 중국에 수출된 물량은 모두 간접 수출인 셈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식약처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관계자는 “식약처의 모순된 행정은 쓸데없는 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수출을 촉진하는 국가 정책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며 “진행 중인 소송을 최대한 집중해서 준비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들이 청구한 집행정지가 모두 인용돼 처분 대상 제품은 아직 판매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처분이 내려진 제테마와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는 올해 본격적인 소송전에 들어간다. 2년 전에 메디톡스가 청구한 처분 취소소송도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